| ▲ 스마폰을 든 방문객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공급망 박람회(CISCE)에서 엔비디아 부스에 전시된 서버용 구조물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대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암시장에서 엔비디아 AI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력 AI 서버 DGX B300의 중국 암시장 가격이 최근 6개월 동안 400만 위안(약 9억1천만 원)에서 800만 위안(약 18억 원)으로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반도체 유통업자 다수와 인터뷰를 나눈 뒤 이와 같은 보도를 내놨다.
DGX B300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8개가 탑재된 서버로 미국 내 판매가격은 약 40만 달러(약 6억1800만 원) 수준이다.
엔비디아 RTX 6000 프로 워크스테이션용 AI 반도체 가격도 연초 약 5만 위안(약 1140만 원)에서 최근 13만 위안(약 3천만 원)까지 뛰었다.
워크스테이션은 3차원 모델링과 영상 편집 및 엔지니어링 등 전문 작업을 위해 설계한 고성능 개인용 컴퓨터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따라 해당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밀반입한 제품 가격이 중국에서 대폭 올랐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유통업자들은 미국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불법 AI 반도체 수출을 겨냥한 조사를 확대하면서 암시장 공급망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19일 미국 검찰은 25억 달러(약 3조8천억 원) 어치의 엔비디아 AI 서버를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로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와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당국도 중국으로 향하는 우회 수출 경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에서 AI 반도체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를 유통하는 한 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규제) 허점이 줄어들었다”며 “가격도 급등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거래하는 일이 더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AI 반도체를 첨단 무기체계에 도입해서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4~15일 베이징을 방문해 진행한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수출 통제는 주요 의제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5월15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는 논의의 주요 주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 속에 중국 시장으로 밀수입되는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대폭 상승한 셈이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H20과 H200 등 반도체 수입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밀수 시장에서 가격이 올랐다는 점은 엔비디아 제품을 향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통업자 발언을 인용해 “중국 고객은 공급 부족에 맞서 엔비디아의 게임용 반도체와 구형 제품까지 구해서 개조해 AI 기능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