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이 6세대 HBM4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해 2027년 HBM 시장점유율 1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 바나나 프로>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경쟁 우위를 앞세워 2027년 HBM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수요로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2022년 이후 5년 동안 SK하이닉스가 차지해온 HBM 1위 자리가 삼성전자로 바뀌는 것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HBM4용 10나노급 6세대(1c) D램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하고, 2027년에는 HBM4 가격 인상도 단행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 양산 출하에 성공한 HBM4 판매 확대에 힘입어, 2027년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HBM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2027년 HBM 예상 점유율을 46%로 제시했다. 2025년 28%의 점유율에서 2026년 35%로 오른 뒤 2027년에는 1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2027년 HBM 예상 점유율은 각각 37%, 18%로 제시했다.
2022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이 대거 탑재되기 시작하며 HBM 시장이 확대된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2022년 50%를 달성한 뒤 2025년까지 50%대를 유지해왔고, 올해도 4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약진이 예고되는 것은 HBM4 경쟁력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12일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했다. HBM4는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데, 경쟁사보다 먼저 공급을 시작해 최근 4개월 동안 매출 10억 달러(약 1조5400억 원)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성능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구공정인 1b(10나노급 5세대) D램으로 HBM4를 제조한다.
1c D램은 1b D램 대비 속도가 최대 20% 향상되고, 전력 효율은 최대 25%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4용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에서도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SK하이닉스의 HBM4가 TSMC의 12나노 로직 다이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 로직 다이를 탑재한 것이다. 로직 다이는 메모리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 부품으로,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높아진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의 HBM4는 현재 업계 최고 성능을 내고 있다"며 "덕분에 '삼성이 돌아왔다'라는 고객사의 긍정적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 삼성전자는 2027년 HBM4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
전 부회장은 HBM4 공급량을 더 늘리기 위해 생산 능력도 확충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캠퍼스 P4 공장에서 월 10만 장 규모(이하 12인치 웨이퍼 기준)의 HBM4용 1c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으며, 평택캠퍼스의 마지막 생산라인인 'P5 팹2' 건설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앞당겨 올해 7월부터 돌입한다. P5 팹2 공장은 최대 월 30만 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BM4 가격 인상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HBM보다 범용 D램이 웨이퍼 용량당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0% 상승했으며, 2분기에도 50% 가까이 추가 상승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HBM4 공급 계약은 2025년 하반기 D램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맺어져, 최근 가격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범용 D램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하면서 HBM과 수익성(마진율) 격차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기업들이 2027년 공급 협상에서는 HBM4를 비롯한 전체 HBM 가격을 올해보다 최대 2.5배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27년 가장 공격적으로 HBM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1~2년 내 HBM 시장 점유율 1위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가격 인상과 공격적 출하량 확대에 따라 HBM 영업이익은 2026년 14조 원에서 2027년 88조2천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