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6-23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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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원회가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하위법령 정비에 들어갔지만 정작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플랫폼형 정산’ 구조를 겨냥한 입법은 국회에 멈춰 있어 규제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와 ‘전자금융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 규정변경예고를 진행하고 있다. 예고기간은 6월19일부터 7월29일까지다.
▲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특경법상 사기,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024년 11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하위법령 정비는 이른바 ‘티메프 미정산 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의 후속조치이다.
티메프 사태는 2024년 7월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지급해야 할 판매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피해를 낳은 사건이다. 금융감독원 최종 조사 결과 티몬·위메프가 판매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금액은 1조3천억 원, 피해 업체는 4만8124개로 집계됐다.
티몬·위메프는 단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아니라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대신 받아 정산하는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업 등록도 한 이른바 ‘이커머스 겸영 PG’였다. PG는 온라인 결제 과정에서 카드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쇼핑몰·플랫폼 사이를 연결해 결제 승인과 판매대금 정산을 대행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PG업자가 판매자에게 정산하거나 이용자에게 환불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정산자금을 신탁,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 방식으로 외부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외부관리 비율은 시행 1년차 60%, 2년차 80%, 3년차부터 100%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대규모 PG업자에 대한 자본금 요건도 강화된다. 분기별 전자금융거래 총액이 300억 원을 초과하는 PG업자의 자본금 요건은 기존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높아진다.
쟁점은 규제 적용 범위다.
금융위는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PG업을 제3자 간 거래에서 대가를 수수하고 정산을 대행하는 것으로 명확히 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전자상거래법·가맹사업법 등에 따라 자기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정산을 대행하는 경우는 PG업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티메프와 같은 이커머스 겸영 PG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업 PG 규율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대규모유통업법 등 별도 법체계로 관리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사고를 낸 쪽은 이번에 먼저 규제를 피했고, 사고와 무관했던 전업 PG만 규제를 받는 엉뚱한 결과가 빚어진 셈이다.
티메프 사태는 플랫폼이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장기간 보유하다 정산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는데 이번 전금법 하위법령은 KG이니시스, NHN KCP 등 전업 PG의 정산자금 외부관리 의무를 먼저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도 전업 PG와 이커머스 겸영 PG를 나눠 규율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3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율을 할 때 PG업자에 대해서는 정산자금을 전체를 보호하게끔 하는 것”이라며 “이커머스에 대해서는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이 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하고 있는 특성이 있어서 그쪽은 대규모유통법에서 규율을 하며 구체적 방안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됐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커머스 겸영 PG 규율이 국회 논의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커머스의 판매대금에 대한 규율을 하고 그쪽은 또 PG업이 적용하지 않는 그쪽의 규율들이 있다. 그런 것과 같이 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2024년 8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국 의원은 2024년 10월28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안은 티몬·위메프 사태처럼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장기간 보유하다 미정산 피해를 내는 일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하고 판매대금 20일 내 정산과 50% 이상 별도관리를 의무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구체적으로 중개거래 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금액 1천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보고, 이들이 판매대금을 받아 관리하는 경우 청약철회기간이 끝난 날부터 20일 이내에 입점사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판매대금의 50% 이상은 은행 예치나 지급보증보험 가입 등의 방식으로 별도관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강 의원안은 2024년 10월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뒤 법안소위에 여러 차례 상정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법안 논의는 지난해 12월 법안소위 상정 이후 사실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티메프 후속대책은 전금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이라는 두 갈래로 설계됐지만 전업 PG를 겨냥한 전금법만 먼저 시행 수순에 들어가고, 정작 사고가 발생한 플랫폼형 정산 구조를 겨냥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에 사고 원인과 규제 대상이 어긋난 채 제도 개선이 개문발차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