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리더십의 공백에도 2025사업연도를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지켰다. 다만 정부는 올해 사업연도 성과를 평가할 지침에서는 주택공급 등의 성과와 LH 위험요소로 꼽히는 부채비율의 비중을 높였다.
LH는 사장이 8달 가까이 공석인 만큼 특히 정부의 주택 공급확대 ‘첨병’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내년 발표될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을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리더십의 공백에도 경영평가 등급을 '양호'로 지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가 지난 19일 발표된 2025년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B등급(양호)을 받으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H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여러 경영 측면에서 변수가 존재할 수 있는 시기에서도 경영평가 등급 ‘양호’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LH는 2020년~2022년 3년 연속 D등급(미흡)을 기록한 암흑기를 벗어났다.
특히 2025년에는 한 해 내내 리더십 공백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윤석열정부가 임명한 이한준 LH 사장은 이재명정부 출범 두 달 뒤인 지난해 8월 초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는 세 달 뒤인 10월말 수리됐다.
그만큼 경영평가 하락 주요 원인이었던 임직원 땅 투기 사건 이후 LH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LH는 이한준 사장이 물러난 뒤 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올해 초 대행도 물러나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LH가 올해 이후에도 등급 사수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장 자리가 반 년 넘게 빈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시한 경영평가 기준에서 조직관리 역량뿐 아니라 사업실적의 비중을 높이면서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크게 경영관리와 주요사업 두 범주(상장사는 올해부터 ‘혁신 프로젝트’까지 세 갈래)로 이뤄진다.
지난해말 확정된 ‘202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서 LH가 속한 사회간접자본(SOC) 유형 공기업 평가의 경영관리 배점은 55점에서 50점으로 줄었다. 그 대신 기관별 고유사업 성과를 다루는 주요사업 배점은 45점에서 50점으로 높아졌다.
LH의 주요사업 평가기준인 △주거복지사업(15점) △공공주택사업(11점) △도시조성사업(10점) △건설산업 생태계 지원 사업(9점) △주요사업 계량지표 구성의 적합성 및 목표의 도전성(5점) 등도 모두 1점씩 올랐다.
정부가 SOC 기업들에게 재무개선 등의 조직관리뿐 아니라 사업성과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LH에게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 주도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첫 공급방안인 9·7대책에서 LH의 시행사 역할 강화 등으로 공공 주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LH 또한 올해 초 17조9천억 원어치 공사·용역 발주 계획을 발표하면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집중으로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전체 계획의 71%인 12조8천억 원이 수도권 및 3기 신도시에 편성됐다.
▲ LH의 올해 발주계획은 3분기에 집중돼 있다. < LH >
다만 이같은 LH의 계획의 순탄한 실행 여부는 하반기에 달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발주계획의 72% 가량인 12조8천억 원어치가 하반기에 몰려 있는데 특히 3분기가 9조3천억 원으로 전체 발주의 52%가 집중돼 있다.
LH로서는 사장 인선과 사업구조 개편안 마련을 대대행 체제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건설업계 취재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LH 사장 임명안이 처리되지 않아 사실상 상반기 인선은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많다.
이밖에 높은 부채비율도 LH의 올해 평가를 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6년도 공공기관 평가 편람이 큰 틀에서는 경영관리 배점을 55점에서 50점으로 줄였지만 부채비율의 배점은 1점에서 2.5점으로 높였다. 2025년도 편람에서는 재정건전화 계획 이행실적 및 재무상황 개선도(3점)과 일반관리비 관리(3점) 등의 지표가 있었지만 삭제됐다.
LH가 오롯이 부채비율 수치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230.7%로 2020년말(233.6%) 이후 5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LH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택지매각 중단에 따라 구조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장 공백과 혁신안 지연이 길어질수록 LH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셈이다.
LH 사장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서 LH의 개혁에도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첫 출근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LH 개혁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후 지난해 8월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논의를 해 왔지만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LH를 개발회사와 관리회사로 이원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구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LH 개혁은 너무나 방대해 상당한 수준이지만 중간단계쯤 와 있다고 생각된다”며 “조직 분리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고객 서비스 역량 강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평가를 높이고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