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2026금융포럼
인사이트  외부칼럼

[CINE 레시피] '와일드 씽' '해치지 않아' '이층의 악당', 코미디로 본 세상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6-06-22 13:18:15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CINE 레시피] '와일드 씽' '해치지 않아' '이층의 악당', 코미디로 본 세상
▲ 손재곤 감독의 신작 ‘와일드 씽’(2026)이 기대 이상 선전하고 있다. 사진은 와일드 씽의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비즈니스포스트] 손재곤 감독의 신작 ‘와일드 씽’(2026)이 기대 이상 선전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누렸던 삼인조 아이돌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뭉쳐서 무대에 선다는 스토리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역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세 사람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는 온갖 사건, 사고를 뚫고 행사장에 도착한다. 강동원이 아이돌 가수로 변신한 회상 장면도 신선하지만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길에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오해와 착각으로 발생한 사고가 눈덩이 불어나듯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상황이 웃음을 불러온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2000)로 데뷔한 손재곤 감독의 본령은 코미디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같은 스릴러도 코미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순진한 대학 강사 대우(박용우)는 제대로 연애 한번 못 해본 모태 솔로다. 어느 날 아래층에 이사 온 미나(최강희)와 가까워지고 본격적인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대우는 비밀에 쌓여 있는 미나의 정체에 의심을 품게 되고 나아가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개인적으로 한국 코미디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이층의 악당’(2010)을 꼽곤 한다.

10대 딸을 키우는 싱글 맘 연주(김혜수)는 생활에 보탬이 될까 하는 요량으로 2층에 월세를 놓게 된다. 자신이 작가라며 세를 얻은 창인(한석규)은 사실 집안 어디인가에 숨겨진 골동품을 찾기 위해 위장 전입한 것이다.

창인은 연주도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골동품을 찾기 위해 모녀가 없는 사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갑작스레 남편이 죽고 반항기 가득 한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연주는 앤티크 숍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돈벌이는 시원치 않다. 밤마다 와인에 취해 곯아떨어지던 연주는 자신을 모델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창인의 제안에 묘하게 마음이 흔들리고 그에게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놓는다.

창인의 관심은 오로지 국보급 골동품을 찾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연주는 그에게 애정을 느끼고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줄거리 요약을 하고 보면 마치 멜로드라마 같지만 어떻게든 연주를 속여 골동품을 찾으려는 창인과 아무 것도 모르고 애정 공세를 퍼붓는 연주의 철없는 행동은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관객에게 서스펜스와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가령, 창인과 함께 있고 싶어서 출근을 안 하겠다는 연주의 돌발 행동에 짜증이 확 올라온 창인은 가까스로 표정관리를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현대 여성은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라는 문어체 말로 위기를 넘긴다. 몰래 지하실에 들어갔던 창인이 겨우 빠져나오지만 또다시 지하실로 들어가야 하는 에피소드는 너무 웃어 배가 아플 지경이다.

‘해치지 않아’(2020)는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지경인 ‘동산파크’를 살려보려는 직원들의 고군분투기이다. 명색이 동물원인데 대표 동물들이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신임 원장 태수(안재홍)는 직원에게 동물 분장을 시킨다. 북극곰, 사자, 기린, 나무늘보, 고릴라로 변장한 직원들은 상상도 못 한 고된 일과에 근육통은 기본이고 관람객 눈치를 봐야 하는 극한 직업병에 시달린다.

손재곤 감독은 2000년 데뷔 후 현재까지 총 5편을 연출했으니 과작인 셈이다. 각본으로 참여한 ‘재밌는 영화’(2002)까지 필모그래피를 일별하면 소재가 다양하고 독창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일상에서 꿈꾸기 어려운 황당한 상황을 상상하고 감히 말하기 힘든 전복적인 생각을 웃음이라는 방어막 속에서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이다.

‘와일드 씽’은 손재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친근하고 따뜻한 편이다. 2000년대 초반 아이돌 팬 문화를 담은 화면들이 어느 덧 먼 과거의 추억으로 느껴진다.

한때 찬란했던 청춘이 이제는 중년의 생활인이 되어 여기저기 치이고 살지만 그들의 내면에 있는 영광의 순간은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이다. 아마도 관객들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위로가 필요하던 참에 ‘와일드 씽’을 만난 거 같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신기사

라인야후에 인수된 카카오게임즈, 김태환·이시우 신임 공동대표 선임
동양생명 우리금융 완전자회사 편입 진통, 성대규 '통합 보험사' 솜씨 보일까
[기자의눈] 청년 탈모약 지원에 건강보험 만능 아냐, 찾아보면 선택지 많다
호텔신라 소액주주 첫 IR 연다, 이부진 불참·소규모 초청에 소통 진정성 시험대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무작정 '쪼개기'는 금물, 자산배분의 1원칙 "과감히 투자하..
[CINE 레시피] '와일드 씽' '해치지 않아' '이층의 악당', 코미디로 본 세상
신간 '명리, 내 인생의 날씨를 읽는 법', "명리가 알려주는 것은 결과 아닌 흐름"
미 연준 새 의장 체제에서 '예고 발언' 부재, "변동성 증가와 대출금리 상승" 경고 나와
테슬라 미국서 오토파일럿 주행 도중 가정집 돌진 사고, 70대 거주자 사망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현지 비영리단체 비판, "연방정부 졸속 승인"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