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캐나다·미국 기반 바이오기업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마무리하고 북미 항암 신약개발 기반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한미약품이 과거 기술수출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 ‘투스페티닙’의 개발 주도권을 다시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임상·사업개발 거점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 한미약품이 북미 기반의 바이오업체 앱토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북미 자회사 HS노스아메리카를 통해 앱토즈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앱토즈는 4월30일 한미약품과의 거래 종결이 일부 한국 규제 승인 절차 진행으로 지연됐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은 해당 심사가 거래 완료를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5월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앱토즈 인수는 한미약품이 북미 항암 신약개발 역량을 직접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앱토즈는 혈액암 분야 신약을 개발하는 임상 단계 바이오기업이다. 주력 후보물질은 투스페티닙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투스페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해 2021년 앱토즈에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한미약품은 당시 앱토즈로부터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판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미약품은 앱토즈의 자금 조달에 참여하며 투스페티닙 개발을 지원해 왔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미약품은 단순히 기술수출한 물질의 성과를 기다리는 위치에서 벗어나 투스페티닙 개발 전략을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투스페티닙은 현재 기존 표준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 아자시티딘과 병용하는 3제 요법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앱토즈는 새로 진단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3제 요법은 3가지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앱토즈는 투스페티닙이 베네토클락스와 아자시티딘 조합에 더해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반응을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혈액암이다. 고령 환자가 많고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가 듣지 않는 경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 수요가 큰 분야로 꼽힌다.
한미약품으로서는 투스페티닙을 다시 품는 데 그치지 않고 북미 임상개발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앱토즈는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회사다. 한미약품이 앱토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 미국 현지에서 임상, 규제 대응, 사업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거점을 갖추게 된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비만·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등을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미국 현지 임상 운영과 규제 대응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북미 기반 확보는 중장기적으로 신약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대주주 사이의 경영권 분쟁 이후 신약개발 전략과 글로벌 사업 확장 방향을 다시 정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3월31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 ▲ 한미약품이 앱토즈를 인수한 이후 북미 거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한미타워 모습. <한미약품> |
황 대표는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의 갈등 이후 한미약품의 경영 안정과 성장 전략 재정비를 맡을 인물로 발탁됐다.
황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주식운용본부장, 종근당홀딩스 대표 등을 지낸 금융·제약업계 경력자다.
황 대표 체제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과제가 커졌다는 점에서 앱토즈 인수는 한미약품의 미국 항암 신약개발 기반을 넓히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다만 인수 이후 과제도 적지 않다.
앱토즈는 임상 단계를 밟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라 아직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앱토즈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앱토즈는 1분기 순손실 760만 달러(약 115억 원)를 봤다. 2025년 1분기 낸 순손실 550만 달러(약 83억 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앱토즈가 보유한 3월 말 기준 현금 및 제한성 현금은 410만 달러(약 62억 원) 수준이었다. 연구개발비도 투스페티닙 임상개발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5년 1분기 240만 달러(약 36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360만 달러(약 54억 원)로 늘었다.
앱토즈가 투스페티닙 개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구조인 만큼 한미약품이 인수 이후 임상개발 속도와 투자 효율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투스페티닙이 이미 한미약품에서 출발한 후보물질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물질 특성과 개발 이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한미약품이 앱토즈의 북미 임상개발 경험을 결합하면 항암 신약개발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앱토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