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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상속 포기했는데 압류 통지서가 날아왔다면

고윤기 info@kohwoo.com 2026-05-14 10: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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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상속 포기했는데 압류 통지서가 날아왔다면
▲ 상속 포기를 하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대응이 중요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아버지가 남긴 건 빚뿐이었다. 5억 원이 넘는 채무였다.

이에 상속인들은 고민 끝에 상속 포기를 결정했다.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 신고서를 냈고, 수리 심판문도 받았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법원에서 서류가 날아왔다. 망인에 대한 채권을 양수한 회사가 승계집행문을 받아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상속 포기를 했는데 왜 집행이 가능한 걸까.

상속인들은 당연히 싸웠다.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상속을 포기했으니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상속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누가 봐도 맞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상속인들이 이겼어야 할 싸움에서 졌다. 결론이 틀려서가 아니다. 싸움의 방법을 잘못 골랐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망인은 생전에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5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었다. 이후 채권양수인이 이 판결금 채권을 양수했고, 상속인들을 승계인으로 하는 승계집행문을 세 차례에 걸쳐 부여받았다. 상속인들은 그사이 상속 포기 신고를 했고, 가정법원에서 적법하게 수리되었다.

채권양수인은 상속인들에 대한 강제집행에 착수했고, 당연히 상속인들은 이에 대응하여 법적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상속인들이 선택한 소송 유형이 ‘청구이의의 소’였다.

청구이의의 소는 확정판결에 표시된 청구권 자체에 관하여 생긴 이의 사유, 예를 들어 변제나 상계 같은 사유를 주장하며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절차다.

그런데 상속 포기는 성격이 다르다. 상속 포기는 “돌아가신 분이 이 빚을 갚을 의무가 없었다”라는 주장이 아니다. “돌아가신 분으로부터  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이다. 즉, 청구권 자체에 대한 이의가 아니라 집행문 부여의 전제가 되는 당사자 지위의 승계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대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했다. 당사자 지위의 승계 여부는 집행문 부여와 관련된 절차에서 다투어야 할 사항이지,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속 포기로 승계적격이 없는 상속인이 집행 정본의 효력을 배제하려면 민사집행법 제34조에 따른 ‘집행문 부여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같은 법 제45조에 따른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한마디로, “빚이 없어졌다”라고 다투는 소송과 “나에게 집행문을 부여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라고 다투는 소송은 전혀 다른 절차라는 뜻이다.

비유하면 이런 상황이다. 아파트 관리비를 체납한 사람이 있다. 관리사무소가 그 사람의 아들에게 체납 고지서를 보냈다. 아들이 “관리비 자체가 부당하다”라고 다투는 것과 “나는 그 집 세대원도 아닌데 왜 나에게 고지서가 오느냐”고 다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상속 포기를 한 상속인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자의 방식으로 싸웠다.

상속 포기를 하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대응이 중요하다. 상속인들이 상속 포기 신고 수리 결정을 받았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채권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채권이 유동화 전문회사로 매각되는 경우, 채권양수인은 확정판결을 근거로 해 승계집행문을 받아낼 수 있다.

채권의 매각과 양도는 합법이다. 이미 승계집행문이 부여된 상태라면, 상속 포기 사실만으로 강제집행이 자동으로 멈추지 않는다. 상속인이 능동적으로 올바른 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집행을 막을 수 있다.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상속 포기를 했으니 나와 아무 상관 없다”며 법원에서 온 서류를 방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급명령이나 이행 권고 결정을 받고도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패소 판결로 확정된다.

한번 확정되면 상속 포기를 했든 안 했든 고유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현실이 된다. 소장을 받았다면 가급적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상속 포기 사실을 법원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

법원은 상속 포기 여부를 직권으로 확인해 주지 않는다. 상속인이 직접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만약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이미 가압류나 압류가 이루어졌다면, 제3자 이의의 소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다음은 상속 포기 후에 기억해야 할 사항들이다.

첫째, 상속 포기 심판문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상속 포기 심판문을 분실하고, 사건번호조차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심판문 보관이 필요하다. 법원에 재발급 신청이 가능하지만 미리 보관하고 있다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둘째, 법원에서 어떤 서류가 오든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속 포기가 확정되었어도, 상속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절차가 있을 수 있다. 법원에서 보내온 서류가 있다면 잘 살펴보고, 필요하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셋째, 지급명령과 이행권고 결정은 반드시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해야 한다. 소장의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기회가 있다. 하지만 지급명령, 이행권고 결정은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물론 다른 소송 절차를 통해 결과를 바꿀 수 있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넷째, 채권자가 이미 상속인들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시작한 경우라면, 적절한 대응방안을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서 선택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판례에서 보듯이 어떻게 접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런 것들을 놓치면, 그때부터는 어려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상속 포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포기 이후에도 채권자의 법적 공격은 계속될 수 있고, 그에 대응하는 올바른 법적 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상속인의 몫이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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