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30일 부산 김해공항 내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세계 주요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특히 중국과 무역 협상을 앞두고 승기를 잡으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이미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익숙해졌고 트럼프 정부도 상황이 불안해진 만큼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을 주로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상호관세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불공정 무역 행위를 한 상대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의회 동의를 받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시행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와 강제노동 행위를 통해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를 겨냥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흑자와 관련된 조사 대상 국가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16개 나라가 포함된다. 강제노동 혐의 관련 조사가 포함되면 더 많은 국가들이 대상에 놓인다.
블룸버그는 미국 대법원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불법이라고 판결한 데 따라 미국 정부가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온다면 ‘플랜B’를 가동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러한 계획이 무역법 301조 조사로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CNBC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몇 주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역 협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앞세워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미 트럼프 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와 관련해 불평등한 관세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았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과 관련한 계획이 종합적으로 논의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협상 수단이 이번에는 중국을 상대로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부터 중국을 상대로 이와 비슷한 협상 전략을 반복해 써 온 만큼 중국 정부가 충분한 ‘학습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법 조사를 속임수에 가까운 ‘블러핑’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 상하이금융법률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협상에 절대 굽히지 않는다는 점을 유권자들에 증명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도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법 301조 조사가 시작된 시기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상하이금융법률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에서 어떤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이를 미국의 승리로 포장해낼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중국이 더 유리한 협상카드를 쥐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이미 트럼프 정부의 전략을 예측해 대비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블러핑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쉬웨이쥔 중국 화남이공대학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의 분석도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는 등 행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쉬웨이쥔 연구원는 “중국 정부의 협상 전략도 미국에 맞춰 이전보다 더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했다. 이는 이란군의 강력한 군사 대응으로 이어져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히 트럼프 정부를 향한 미국 내 여론도 악화하면서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내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제가 무거워졌다.
무역법 301조 조사도 결국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압박을 강화해 대미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거나 관세 인상으로 세수 확보를 추진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중국과 협상에서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정부의 상황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어야 한다”며 “그러나 여러 동맹국을 중국과 동일한 조사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