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1-28 13: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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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여권이 ‘오천피’(코스피 5000)가 현실이 되자 곧바로 ‘삼천닥’(코스닥 3000)을 다음 목표로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코스닥 주식을 토큰화하고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하면 단순 지수 돌파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7월2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금융편)' 토론회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통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전략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코스피 5000 목표를 1차 달성한 것을 계기로 코스닥 시장 부양을 위한 여러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앞서 코스피 5000 특위는 2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코스닥 3000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토큰증권(STO),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코스닥 시장을 부양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2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코스닥 지수도 26일 약 4년 만에 1000선을 넘었다. 이에 여권은 시장 분위기를 타고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27일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코스닥 3000을 목표로 기존 주식시장 내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STO를 활용해 코스닥과 연계된 새로운 자금조달·유통구조를 만들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 자금을 제도권 증권시장으로 유입시켜 유동성을 보완하려는 방향의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이 STO 형태로 발행되더라도 스테이블코인 자금이 곧바로 전통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STO 시장에서 거래와 수요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증권의 가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흐름이 전통 주식시장에도 간접적인 유동성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조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정형 증권을 STO 형태로 발행하고,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연결하면 스테이블코인으로 들고 있던 자금이 자연스럽게 STO로 유입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STO로 발행된 증권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와 연동된 구조를 통해 전통 주식시장에도 유동성 측면에서 간접적인 긍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TO와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속도가 빠르고 소액으로 쪼개서 사고팔기 쉽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해외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STO 형태로 매수할 경우, 기존 주식 거래에 비해 환전이나 계좌 개설, 거래 시간 등의 절차적 제약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STO는 특정 자산이나 권리에서 발생하는 법적·경제적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에 결부시켜 해당 토큰이 ‘증권적 성격’을 갖도록 설계한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교환가치의 안정을 목표로 발행되는 코인이다.
미국 등에선 이미 이런 움직임이 부분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이 세계적 추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록(BlackRock),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JP모건(JPMorgan), UBS와 같은 글로벌 전통 금융기관들이 토큰화된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티제로(tZERO),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체인링크(Chainlink) 등 블록체인 기반 기업들이 핵심 인프라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시큐리타이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감독 아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통 자산 토큰화를 진행하고 있다. 국채와 주식은 물론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인 비들(BUIDL)과 같은 기관투자자용 자산까지 토큰화 대상에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엑소더스(Exodus) 등 기업들이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엑소더스는 비(非)수탁형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토큰화된 증권을 활용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도 IT나 블록체인, 핀테크처럼 미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많지만, 자금 조달 여건은 여전히 ‘빡빡’하다는 평가가 많다. 만약 국회와 정부가 관련 제도를 정비해 준다면, 이런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매개로 코스닥과 연결된 자금 흐름이 간접적으로나마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더 나아가 해외의 엑소더스 사례처럼 한 단계 더 ‘과감’하게 접근한다면 기업이 주식을 STO 형태로 발행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토큰화된 상품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구조는 이미 현실화돼 있다.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써클(USDC)를 통해 토큰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025년 12월10일 국회에서 열린 ‘토큰증권 생태계 활성화 국회 포럼’에서 공개된 ‘핀산협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포럼 자료집’에서 “점차 시장은 이들 토큰화된 증권을 담보로 하여 기존 금융계약과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증거금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STO 거래를 넘어 새로운 금융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 2025년 6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러한 ‘대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한 입법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다행히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STO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5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STO 시장이 매년 성장해 2030년 367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법안 통과 이후 제도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좌우할 핵심은 시행령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TO의 경우 어떤 자산을 기초로 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범위 설정을 비롯해 유통 플랫폼 인가 기준, 일반투자자 투자 한도,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 및 증권사의 역할, 스테이블코인과의 연계 가능성 등 주요 쟁점이 시행령 단계에서 구체화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주식, 채권, 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을 STO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종섭 교수는 포럼에서 “정형자산 기반 토큰증권은 의미있는 첫걸음이나 궁극적 지향점은 나스닥(NASDAQ)과 같이 주식·채권 등 ‘정형금융자산’까지 포괄하는 토큰화 시장으로의 진화여야 한다”며 “이는 블록체인을 통해 국내 자본 시장의 양적 성장과 질적 도약을 동시에 이룰 핵심 기회이자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고 말했다.
STO를 둘러싼 세부 사항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을 논의하는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모델을 통해 통화정책 통제력과 금융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는 비은행권까지 참여 범위를 넓혀야 혁신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주체, 코인거래소 지분율 등 핵심 쟁점을 논의한다.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는 조만간 관련 법안을 다듬어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 후 시행 유예기간과 인가 절차 등으로 고려하면 출시는 2~3년 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