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6-01-27 14: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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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 SPC그룹 부회장(사진)이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진수 SPC그룹 부회장이 유독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SPC그룹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데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북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나가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매장 축소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중국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341개로 2024년보다 9개 줄었다. 외형 성장보다는 점포 효율화에 무게를 둔 전략이라고 SPC그룹은 설명하지만 시장 정체 신호로 읽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SPC그룹은 2004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매장을 낸 뒤 중국을 글로벌 사업의 핵심 성장 거점으로 삼았다.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와 톈진, 항저우, 쑤저우, 다롄 등 1~2선 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거둔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PC그룹의 중국 법인인 SPC투자유한회사는 진출 약 20년 만인 2021년 순손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역시 2019년 2천억 원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22년에는 1600억 원대까지 줄었다.
2024년에는 매출 1879억 원에 순손실 78억 원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파리바게뜨가 중국에서 ‘고급 베이커리’로 자리매김한 점과 실적 부진이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 소비자에게 파리바게뜨는 일상 간식이 아니라 고가의 디저트 브랜드로 인식돼 대중화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SPC그룹는 파리바게뜨로 처음 중국에 진출할 때부터 외국인이 먹는 최고급 빵 이미지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파리바게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빵은 고급 식품으로 분류된다”며 “중산층 이상 소비자여야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파리바게뜨 중국 매장에서 팔리는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인 소라빵은 11위안으로 한국 돈 2200원 정도다. 한국 매장에서 팔리는 가격 2100원보다 오히려 100원 비싼데 중국 물가를 감안했을 때 고급 베이커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와 점포 규제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파리바게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역별 인허가와 유통망 구축에서 현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파리바게뜨가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베이커리 브랜드가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0년대 중반 6%대 후반을 기록한 뒤 둔화 흐름을 보이며 최근에는 5%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디플레이션 압박까지 커진 상황이다.
중국 사업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점은 허진수 부회장에게 골치가 아픈 일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 부회장은 12년 전인 2014년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해외사업을 본인의 주된 경영무대로 삼았다. 2022년 사장으로, 2025년 부회장으로 승진할 때 달고 있던 직책 역시 모두 글로벌BU장이었다.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과 관련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 역시 모두 허 부회장이었다. 2025년만 해도 미국 텍사스 제빵공장 착공식, LAFC(로스엔젤레스 FC)와 파트너십 체결 현장에 모두 허 부회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좀처럼 중국 사업의 성과가 올라오지 않는 점은 허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중국 사업을 어떻게 반등시키느냐가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역량 입증은 경영권 승계를 앞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 SPC그룹은 중국과 미국을 필두로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룹 안에서는 허 부회장이 SPC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파리크라상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은 만큼 앞으로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서 경영권을 물려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2025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대관식이 다가온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