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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에 '집단소송제' 논의 재점화, 민주당 이번엔 '재계 반대' 넘어설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1-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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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쿠팡 사태’를 계기로 증권 분야에 국한됐던 집단소송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집단소송제 확대가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송 남발을 우려하는 재계의 반발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사태에 '집단소송제' 논의 재점화, 민주당 이번엔 '재계 반대' 넘어설까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등은 최근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쿠팡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정치권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 방안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오기형,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잇달아 집단소송제 확대를 뼈대로하는 집단소송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기형 의원이 지난 6일 대표 발의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외신고형(옵트아웃) 방식 도입을 뼈대로 한다. 집단소송이 진행될 때 각 피해자들이 참여 신청을 하지 않아도, 별도로 제외 신고를 하지 않는 한 판결의 효력이 자동으로 미치는 방식이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가 동일한 원인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모든 피해자들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게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근거해 2005년부터 증권 분야에 한정해 집단소송제가 시행되고 있다. 

오 의원은 집단소송제는 실체법이 아닌 절차법이라 쿠팡 사태에 소급적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쿠팡이 오만한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적은 돈으로 상황을 무마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쿠팡에 집단소송제를 소급 적용하면 기업들 사이에서 사전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일본식과 유사한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100명 이상 피해자 위임을 받은 단체가 책임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 개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채권신고 절차를 통해 구제 받는 2단계 구조다.

이 밖에도 제22대 국회에는 2026년 1월 현재 5건(이학영, 백혜련, 전용기, 박주민, 차규근 의원)의 집단소송제 도입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재명 정부도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겨냥해 “전 국민이 다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을 하라고 하면 소송비가 더 들지 않겠느냐”며 “(집단소송제 보완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 “공정위 차원에서도 집단소송제에 상응하는 단체소송제를 정책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집단소송제 도입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의 개인정보유출과 같이 다수의 소비자가 소액의 피해를 입은 때 실질적 보상을 받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소비자기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소비자단체 등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소송이 규정돼 있긴 하지만 ‘권리침해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다수의 법무법인이 10만 원 안팎의 수임료만 받으며 쿠팡 개인정보유출 피해자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으나 피해자의 극히 일부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금액이 소액이라 소송참여의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정보유출 사건 등으로 발생하는 소액의 다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두 무산됐다.

제21대 국회(2020~2014년)에서는 10건 넘는 집단소송제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집단소송제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법무부는 2020년 9월 집단소송제도를 모든 분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코로나19 확산까지 덮치면서 우선순위가 밀리려 폐기 수순을 밟았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인단체는 소송 남발과 불필요한 비용 부담, 기업 이미지 손상, 영업 비밀 유출 등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집단소송제 입법 추진에도 재계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쿠팡 등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구제 수단으로서 집단소송제를 법제화할 수 있는 여론의 지지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천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도입 여론 또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높아진 여론과 재계의 반대를 모두 반영해 집단소송제의 전면화보다 그 범위를 넓히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집단소송제가 2005년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것 또한 전면 도입은 강하게 반대하는 재계와 타협한 결과이기도 했다. 증권 분야는 전산 정보를 통해 피해자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데 쿠팡 등 전자상거래 분야도 피해자 범위의 특정이 쉽다.  

기존 제재 수단과 조정도 거쳐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11월 현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과중한 부담을 막기 위해선 기존 제재 수단과 집단소송제 사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침해에 관해 행정적 제재와 피해자 구제를 병행하는 제도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집단소송제가 더해지면 (기업은) 동일한 위법행위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집단소송이 중첩적으로 작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 도입 논의는 기존 제재 및 구제 수단과의 기능적 조화와 역할 분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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