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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이용자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국회 청문회 거부한 쿠팡 김범석, 한국 소비자들은 배알도 없다고 보나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12-17 15: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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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하다 국민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이란 초대형 사고를 친 것도 문제지만, 더 화나는 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의 무책임하고 오만불손한 태도다. 사과는 커녕 미국 시민권 뒤에 숨어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도 거부했다고 한다."

"'검은 머리(한국계) 미국인'의 가장 못된 행태로 꼽히는 짓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 요즘은 아파트 옆 집 현관문 밖에 쿠팡 로고가 찍힌 봉투에 담긴 배달물이 놓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소비자로써 배알도 없나 아직도 쿠팡을 이용하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며칠 전 송년 모임에서 나온 '김범석 쿠팡 창업자 성토' 발언들이다. 곡차가 몇 순배 돈 뒤다 보니 김 의장을 향한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다시는 쿠팡 서비스 이용 안하겠다' 내지 '쿠팡 이용하는 사람 보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다' 등의 다짐도 쏟아졌다. 건배사로 '불팡'(쿠팡 불매)과 '탈팡'(쿠팡 탈퇴)이 외쳐지기도 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이용자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국회 청문회 거부한 쿠팡 김범석, 한국 소비자들은 배알도 없다고 보나
▲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김 의장의 그동안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욕을 부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일부 언론은 김 의장의 행태에 대해 '무책임하고 오만불손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촉발된 불팡과 탈팡 정서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해킹처럼 고객 개인정보 유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돈이 되는 개인정보를 수집해 갖고 있으니, 노리는 쪽이 있는 게 당연하다. 유출되지 않게 잘 관리했어야 하지만, 쿠팡은 그러지 않았다. 개인정보를 내어준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직 직원 손을 탄 것으로 드러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쿠팡 이용자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충분한 피해 보상 의지를 서둘러 밝혀야 했다. 재발 방지 방안도 내놔야 한다.

사과와 피해 보상 계획에 진정성이 담기고, 재발 방지 대책에 힘이 실리는 모습을 보이려면, 쿠팡의 실질적 경영자 김 의장이 나서야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고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사과조차 안했다.

17일 열리는 국회 쿠팡 청문회 증인 출석도 거부했다. 김 의장은 지난 14일 국회에 낸 불출석 사유서에서 "해외에 거주하고 근무하는 중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이 있어 청문회 출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쿠팡이 매출의 90% 이상을 이뤄주는 한국 소비자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난리인데, 이보다 중한 비즈니스 일정이 뭐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미국 시민권 뒤에 숨어 책임과 의무를 피하려는 것이란 비난도 더해진다.       

쿠팡 전직 대표이사들도 청문회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실질적 경영자인 김 의장이 꽁무니를 빼는데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난 처지에 왜 나가서 몰매를 맞느냐'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물론 전직 대표들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폭로' 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쿠팡 측이 만류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나온다.

국회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표한다.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 거부는 우리나라 국민이자 소비자를 우습게 보고,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재벌)들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지면 총수가 나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피해 보상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다. SK텔레콤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도 최태원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피해 가입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빅테크 기업들도 이렇게 한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실질적 최고경영자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성실히 답변한다.

하지만 유독 김 의장은 이렇게 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쿠팡 대표를 미국인 법률 전문가로 교체했다. 법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 의장은 쿠팡 창업자이고, 초기 쿠팡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중대 재해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쿠팡 물류창고 화재 발생 즈음 쿠팡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등기이사도 사임했다. 지금은 쿠팡에서는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쿠팡 모회사 격인 쿠팡아이엔씨란 미국 법인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류창고 화재와 쿠팡 노동자 사망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 등에서 불렀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 실질적 경영권 행사는 미국 법인을 통해 하는 구조를 만들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은 이런 방식으로 공정거래법상의 '총수'(동일인) 지정도 피했다.

우리나라 규제가 미국인과 미국법인에 유독 약한 점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계 미국인의 가장 못된 행태로 꼽히는,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권리만 챙기고 의무와 책임 이행은 안해 미국 현지 교포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는 행태를 김 의장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송년 모임에서는 "김범석 의장의 미국 시민권 뒤에 숨는 행태에 울화가 쌓인다"는 호소도 있었다. 쿠팡 서비스가 주는 편안함에 중독돼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 등을 외면해온 게 부끄럽고, 호갱(호구 고객)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홧병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이용자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국회 청문회 거부한 쿠팡 김범석, 한국 소비자들은 배알도 없다고 보나
▲ 쿠팡 사옥. <연합뉴스>

"모든 고객들에게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이 한마디를 듣는 것이 쿠팡의 미션입니다…쿠팡의 고객들은 응답합니다. '내 삶에 쿠팡이 없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이런 고객들의 목소리가 쿠팡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2019년 7월23일 쿠팡 뉴스레터에 담긴 문구란다.

하지만 뉴스레터 내용과 달리, 쿠팡 실질적 경영자의 행태에선 고객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방자함이 물씬하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편하다 못해 홧병까지 호소한다.
    
쿠팡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우리나라 국민이 속병을 앓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SA가 운영하는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 조회 건수는 지난 11월28일부터 12월11일 사이 10만7802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17% 증가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털린 내 정보 찾기는 신청인의 계정 정보(아이디와 패스워드 등)가 다크웹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개인정보 도용 같은 2차 피해 불안감도 커졌다.

이정헌 의원실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KAIT가 운영하는 '엠세이퍼'의 '가입사실 현황조회' 서비스 신청 건수는 31만3362건, '이동전화 가입제한' 서비스 신청 건수는 46만268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9%, 273% 증가했다.

가입사실 현황조회는 본인 명의로 개통된 모든 이동통신과 유선통신 가입 내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동전화 가입제한은 명의도용 등으로 인한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통신사별로 개통 제한을 설정하는 서비스다.

이정헌 의원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개인정보 유출 및 후속 피해 등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지면서 각 기관을 통한 민원과 신고 건수가 전반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쿠팡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후속 보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 뒤에 숨고, 미국 법인을 통해 쿠팡을 지배하며 쿠팡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며, 한국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정부와 국회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를 통한 압박도 한계가 있고, 국회 으름장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쿠팡과 김 의장을 바꾸려면,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배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성을 내야 한다. 12·3 계엄 때 국회로 달려가고 차가운 광장 바닥도 가리지 않고 키세스 모습을 연출해 내란을 막고 정치를 바꾼 것처럼, 불팡과 탈팡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집단 분쟁조정과 단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적극 참여해 쿠팡과 김 의장을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통한 경제 제재를 강화해 '패가망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자녀 양육과 부모님 돌봄 등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생필품 원거리 배달 등이 꼭 필요한 소비자까지 불팡과 탈팡을 할 필요는 없다. 쿠팡 뒤에는 무수한 중소업체와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쿠팡과 김 의장이 한국 소비자를 호갱이자 배알도 없는 놈 취급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만 참여해도 쿠팡과 김 의장을 바꿀 수 있다.

소비자들이 쿠팡에게 사실상 시장 독점 지배력을 줘 소비자들을 우습게 보고 오만불손하게 구는 사태를 불렀으니 이번에는 소비자 힘으로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회수해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송년 모임 술자리에까지 오른 배경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배알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게 쿠팡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국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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