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기업과산업  자동차·부품

유럽 '2035년 내연자동차 판매금지' 규제 폐지 전망, K배터리 '미국 악몽' 재현되나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5-12-15 15:16:16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유럽 '2035년 내연자동차 판매금지' 규제 폐지 전망, K배터리 '미국 악몽' 재현되나 
▲ 만프레드 베버 유럽국민당그룹 대표(가운데)가 12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서 후퇴할 것으로 보여 현지 투자를 늘려 온 한국 배터리 3사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이른바 K배터리 3사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 따라 미국에 투자를 늘렸다가 정책 변화로 낭패를 봤는데 유럽에서도 이같은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15일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2035년으로 예정했던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프레드 베버 국민당그룹(EPP) 대표는 12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6일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유럽의회 최대 정파인 EPP를 이끄는 베버 대표는 시장과 소비자가 기후 목표를 정해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를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로이터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한 유럽 현지 기업과 함께 자동차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독일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1월28일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에 전달한 서한에서 자동차 제조 업체가 전기차로 완전 전환하는 대신 예외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12일자 기사를 통해 “전기차 전환을 위한 브뤼셀의 전략이 독일을 비롯한 국가와 업체의 로비에 가로막혔다”고 평가했다. 

앞서 EU 이사회는 2023년 3월28일 2035년부터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EU가 내걸었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가 EU 시장에 공격적으로 들어오면서 현지 완성차 기업에 부담을 더했다. 

금융분석 플랫폼 트레이딩피디아는 포브스를 통해 “중국의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현재 한자릿수에서 2030년 10%까지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일명 ‘관세 전쟁’으로 수출 장벽까지 높아져 EU가 전기차 관련 목표 실현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EU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에 금지하는 일정과 맞물려 투자했던 한국 배터리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2035년 내연자동차 판매금지' 규제 폐지 전망, K배터리 '미국 악몽' 재현되나 
▲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운영하는 배터리 공장 정문 앞에서 태극기와 EU기를 비롯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유럽 완성차 기업이 EU 정책에 따라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는 일정을 고려해 K배터리는 현지 생산을 늘려 왔는데 유휴 설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생산 능력을 연산 86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키웠다. 삼성SDI는 2023년 9594억 포린트(약 4조3천억 원)를 괴드(Göd)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헝가리 정부와 약속했다. SK온도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에 모두 세 곳의 공장에서 47.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K배터리 3사는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유럽 전기차 시장을 ‘텃밭’으로 삼고 배터리 생산 능력을 늘렸는데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이 후퇴하면서 수요 감소를 겪을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는 K배터리가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유럽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새 연비 기준 개편안을 발표하며 자동차 제조사가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기업과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까지 제공하던 세액공제 혜택을 9월30일부로 종료했다. 그 결과 10월부터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폭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이에 K배터리 3사는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합작법인을 청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유럽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요컨대 EU가 전기차 목표를 늦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지 완성차 업체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K배터리 3사는 미국에서 겪은 수요 부진을 유럽에서도 겪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만프레드 베버 EPP 대표의 발언은 독일 자동차 업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지만 이미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기업에 반발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

최신기사

신세계푸드 왜 상장폐지 결정했나, 저평가 받기보다 이마트 계열 경쟁력 강화 지렛대로
영풍·MBK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미국 제련소 관련 유상증자 차단
한은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 도입 긍정적, 점도표 포함 여러 방안 실험 중"
개인정보 유출하면 최대 과징금 '매출의 10%',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국민연금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계약 내년 말까지 연장, 650억 달러 한도
중국 BOE 회장 천옌순 삼성전자 방문해 용석우 만나, LCD 공급 재개 논의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투자계획 확정, 미국 정부와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1.84%..
[오늘의 주목주] '투자경고 지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대 하락, 코스닥 에임드바이오..
코스피 'AI 거품' 우려에 4090선 하락, 원/달러 환율 1471원 마감
교보생명 신창재 장남 신중하, 그룹 'AI 전환' 이끌며 경영 보폭 넓혀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