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큰 눈이 내린다는 절기, '대설'을 맞아 겨울 대비를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
이번 겨울은 평년 수준의 기온 속에서도 기습 추위와 지역적 대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상청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이에 폭설·한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대응체계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차량들이 힘겹게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대설'을 맞아 올해 겨울 날씨 전망과 정부의 눈 피해 방지 대책에 눈길을 끈다. 매년 겨울 폭설 피해가 이어진 만큼 정부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4일 퇴근길 서울과 경기 곳곳에 시간당 5cm 이상 눈이 쏟아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첫눈이 폭설로 온 데다, 퇴근길과 겹쳐 제설 장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늦어진 제설 작업 탓에 경기 의정부와 의왕 등에서는 시민들이 터널과 도로에 7시간 넘게 갇혀 있기도 했다.
다만 기상청은 당시 처음으로 '대설 재난문자'를 보냈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수도권과 대전·세종을 포함한 충남권, 전북 등을 대상으로 대설 재난문자 시범운영 사업을 시작했다. 4일 폭설을 맞아 처음으로 재난물자를 발송한 것이다.
대설 재난문자는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적설량이 5cm 이상일 때'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이 20cm 이상이면서 동시에 1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가 3cm일 때' 발송된다. 각각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성과 시설물이 붕괴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 맞춰 설정된 기준이다.
앞서 기상정은 올겨울 기온과 강설량을 두고 "평년과 비슷하나 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놨다.
기상청은 지난달 24일 겨울철 3개월 전망(2025년 12월~2026년 2월)을 발표했다. 12월(평년 0.5~1.7도)과 내년 1월(평년 영하 1.5~영하 3도)의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가능성이 50%였고 그보다 낮을 확률은 20%로 예보됐다.
다만 기상청은 겨울철 내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와 기습 강추위가 교차 반복되는 모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찬 대륙고기압의 확장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변덕스러운 기상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겨울철 3개월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겨울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큰 해수면와 대기의 온도차로 인한 지역적 대설과 강한 기온 변동성에 따른 한파 피해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며 "이상저온, 대설 등 위험 기상으로 인한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관계 부처, 지자체와 긴밀한 소통을 강화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파 및 폭설 피해 대비에 나섰다. 특히 '습설'(무겁고 축축한 눈) 대비에 힘을 기울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회 정책설명회를 열고 '2025~2026년 겨울철 자연재난(대설·한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겨울 폭설·한파 피해를 교훈 삼아 인명피해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번 종합대책은 겨울철 기상 예보를 뛰어넘는 이상 기상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겨울 재난 대책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습설' 대응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겨울 지역별 폭설 한파 위험에 대비해 적설정보 제공을 기존 '1시간'에서 '10분' 단위로 단축하고 일부 권역에만 제공하던 습설 예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습설이 쌓여 비닐하우스·축사 등 붕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예보 관측 알림 체계를 강화해 선제 대응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 건물 지붕이 지난해 11월28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7가에서 습설로 인해 무너졌다. <인천소방본부>
습설은 습기가 많아 눈이 쉽게 뭉치고 수증기를 포집하는 특성 때문에 '건설'(마른눈)보다 무게가 2~3배 무겁다.
지난해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비닐하우스 지붕이 잇따라 내려앉는 등 습설 피해 신고가 계속되자 정부가 보다 일찍 위험에 대비하고자 예보 범위를 넓힌 것이다.
오병권 행정안전부 자연재난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겨울 전통시장과 안양 도매시장에서 습설로 인해 지붕·캐노피가 붕괴해 인명 사고까지 발생했다"며 "지방정부와 관계부처가 합동 점검을 하고 있고 설계 기준도 강화하고 가설건축물 등 구조강화 방안 등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 적설계도 643곳으로 확대돼 제설·교통 대응 기관의 실시간 활용도를 높였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강설 형태를 예상 강수량·수상당량비 등을 반영해 '무거운 눈·보통 눈·가벼운 눈' 세 단계로 나눠 제공한다. 레이저 적설계는 레이저를 이용해 지면의 눈의 깊이를 측정하는 장비다.
정부는 폭설로 인한 교통마비와 붕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대비 체계도 대폭 강화했다.
지난 10월 말 전국 17개 시도에 제설제·장비 구매비 등으로 재난특별교부세 100억 원을 미리 지원했고 제설제 116만 톤과 제설장비 4만8천 대, 인력 92만 명을 확보했다. 내년 2월까지 제설제 29만 톤을 추가 확보해 전년 사용량의 116% 수준으로 늘린다.
아울러 전국 전통시장 아케이드, 비닐하우스, 축사 등 적설 취약 시설 8761곳(전년 대비 686곳 증가)을 지정·점검했으며 위험기상 시에는 예찰을 강화하고 우선 통제·대피를 실시한다.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제설장비 시험운행을 마치고 폭설 예보 시 제설제를 사전 살포하는 상시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도로결빙 취약구간(257곳)은 내비게이션 앱(티맵, 카카오내비, 네이버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안내되며 폭설로 교통정체가 예상되면 '선 제설 후 통행' 원칙이 적용된다. 산간마을 고립에 대비해 구호 물품을 전진 배치하고 전국 176개 업체와 연계한 특수 대형 구난차 협력망(256대)을 운영한다.
정부는 한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국 한파 쉼터를 전면 점검하고 한파 대책비 50억 원을 선제 지원했다. 경로당, 복지관, 도서관, 이동 노동자 쉼터 등 총 5만2천여 개 시설이 한파 쉼터로 지정됐으며 특보 발효 시 야간·주말에도 연장 운영된다.
▲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연합뉴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보호 대상을 신체적·경제적·사회적 3대 분야, 10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관리를 시행한다.
신체적 보호 대상은 △고령자 등 취약노인 △체온조절이 어려운 장애인 △심혈관·호흡기 등 기저질환자 등으로 건강 악화 우려가 큰 계층이다.
경제적 보호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비닐하우스·쪽방 거주 등 주거 취약자 △노숙인 등으로 난방비와 에너지바우처 등 직접 지원이 이뤄진다.
사회적 보호대상은 △농·어업인 △건설·제조업 근로자 △이동 노동자 △야외활동자 등으로 특보 시 작업 중지·쉼터 운영 등 현장 대응이 강화된다.
생활지원사 등이 특별예보가 나오면 매일 안부 전화를 실시하고 경로당에는 월 40만 원, 복지시설에는 월 30~100만 원의 난방비가 지원된다. 에너지바우처는 가구당 36만7천 원이 지급되며 올해부터 다자녀(2자녀 이상) 가구도 대상에 포함됐다.
또 버스정류장 등에는 온열의자 2만5600개, 바람막이 1만5200개 등 총 4만5천여 개의 한파 저감시설이 설치됐다. 농·축산물 보호를 위한 다겹보온커튼, 수온관측망(190→200개소) 확충, 양식어장 저수온 대응장비 보급 등도 병행된다.
오병권 자연재난실장은 "정부는 국민이 올해 겨울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예보를 넘어서는 대응체계를 구축했다"며 "특히 한파에 취약한 어르신과 저소득층 보호에 세심히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