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약가정책 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전체 건보재정의 약 25%를 차지하는 약제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 중심의 약가 통제를 넘어 기업간 가격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을 확대하는 등 시장 기반의 재정 효율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5일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약가정책 개혁’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제네릭(복제약)의 가격 경쟁 부재를 약제비 비효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정부는 2026년부터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는 사안을 뼈대로 하는 약가 개편안을 실시하기로 했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제네릭 가격 정책을 통해 국내 제약 산업 육성까지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제네릭 가격 정책의 목표는 명확하게 재정 절감에 두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국은 제네릭 공급자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내려가지만 한국은 공급자가 증가해도 가격이 동일하다”며 “가격을 많이 낮춘 기업이 더 많이 선택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격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되도록 유도해야 하며, 대신 정부는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국내 제네릭의 처방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가 5일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약가정책 개혁’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권 교수는 “국내에는 제네릭 처방을 유도할 장치가 없다.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더라도 약사가 최저가 제네릭을 조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릭과 신약을 아우르는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제네릭 등재 시 약가 인하, 실거래가 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 다양한 사후관리 장치를 운영하고 있으나, 총 약품비에 대한 종합적 목표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제도가 중복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가 조정 효과는 낮은 반면 행정 부담만 큰 구조”라고 지적하며 총 약품비 목표 관리 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신약은 등재 후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를 강화하고, 특허만료 의약품은 제품이 아니라 동일 성분군 단위로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약제 급여의 궁극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총 약품비의 목표를 설정하고 제약 산업뿐만 아니라 의사 및 약사의 동참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선택권 강화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효능이 동일한데도 고가 약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동시에,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과도한 약가 인하 정책이 산업 경쟁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는 “1999년부터 2023년까지 약가 인하가 12차례나 있었고 필수의약품 중 저가 제품의 공급 불안정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 중심으로 산업이 전환되는 과도기에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제네릭 개발에 최소 3~5년이 걸리는데 약가 인하 정책을 불과 7개월 전에 예고하면 제약사에 큰 부담이 된다”며 “판매가 늘수록 약가가 더 떨어지는 사용량-약가 연동 구조에서는 가격 인하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거나,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에 대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