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1-24 15: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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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북미 클린뷰티 브랜드 타타하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홀딩스 회장이 8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있는 모습.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해 북미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해외 브랜드 성공 인수’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비교해 북미 인수합병(M&A) 성과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홀딩스 회장의 투자 안목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앞서 인수한 북미 클린뷰티 브랜드 ‘타타하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경배 회장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에 균열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투자 성과를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해 서구권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외 투자에 대해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클린뷰티 브랜드 타타하퍼의 운영사 ‘타타내추럴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 LLC)’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를 위해 같은 해 9월 특수목적법인 ‘아모레퍼시픽US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합병 대가 재원 마련을 위해 168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주는 주당 16만8137원에 발행됐다.
지배구조는 아모레퍼시픽 → 아모레퍼시픽US인베스트먼트 → 타타내추럴알케미로 이어지는 손자회사 체제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타타내추럴알케미는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며 ‘럭셔리 클린뷰티’로 주목받던 브랜드 타타하퍼를 전개해왔다.
서 회장은 북미 고급 스킨케어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타타하퍼를 인수했다. 다만 투자 대비 성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인수 이후 2년 넘게 적자를 이어가며 ‘실패한 M&A’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고 있다.
실적 부진은 숫자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타타하퍼 운영사인 타타내추럴알케미는 인수 첫해인 2022년 18억 원, 2023년 86억 원, 2024년 14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해마다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자본총계는 –58억 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US인베스트먼트 역시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US인베스트먼트의 올해 3분기 순손실은 1168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타타내추럴알케미의 실적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타타내추럴알케미는 현재 단기차입금만 1100만 달러(약 145억 원) 규모다. 아모레퍼시픽이 채무보증 형태로 떠안은 금액도 총 165억 원에 이른다. 단일 브랜드에 투입된 규모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미국 클린뷰티 브랜드 타타하퍼의 주요 제품. <아모레퍼시픽>
여기에 손상차손까지 반영되며 회계상 충격도 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타타내추럴알케미의 영업손익 악화 등 손상징후를 인식해 896억 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같은 기간 호주법인 래셔널 그룹(Rationale Group Pty Ltd)의 손상차손까지 합치면 총 1328억 원의 손상차손이 손익에 반영됐다.
이는 2022년 타타내추럴알케미 인수 당시 계상한 영업권 973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털어낸 것이다.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남은 영업권마저 추가 손상차손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타타하퍼는 그동안 미주 채널 포트폴리오 조정, 자사몰 프로모션 축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다만 3분기에는 아마존, 블루머큐리 등 전략 채널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영업손실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서경배 회장은 타타하퍼 인수를 통해 북미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까지 본격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던 브랜드였던 만큼, 타타하퍼 인수 때도 유사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코스알엑스는 이미 미국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K-뷰티 베스트셀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5898억 원으로 2023년보다 21.3%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800억 원을 투입해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먼저 확보했고, 잔여 지분에 대한 콜옵션도 함께 취득했다. 이후 2023년 10월 7551억 원을 들여 잔여 지분 29만9천 주를 추가 매입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최근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내년부터 회복 흐름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스틱과 헤어케어 등 신제품 출시를 확대하며 성장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영향이다.
재무구조 역시 탄탄하다. 2023년 2188억 원, 2024년 2453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력)와 함께 향후 모회사 배당 여력까지 갖춘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코스알엑스는 대표 제품의 가격 안정화와 재고 관리 강화를 위한 물량 조정 등으로 최근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브랜드로 자리잡는 과정”이라며 “최근 신제품 출시를 확대하고 연말 홀리데이 시즌 대응력도 강화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