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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도' 북미에서 고전, 롯데쇼핑 "한국 상황은 달라" 자신감 보이는 이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11-24 14: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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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다.

롯데쇼핑이 역점을 놓고 추진한 사업을 놓고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오카도' 북미에서 고전, 롯데쇼핑 "한국 상황은 달라" 자신감 보이는 이유
▲ 롯데쇼핑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다.

24일 롯데그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롯데쇼핑과 영국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의 협업을 보는 내외부 시선에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린다.

외부에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롯데쇼핑의 중장기 계획에 속도감이 적다는 지적이 초창기부터 나왔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그로서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오카도와 협업하기로 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려놓은 그림은 2032년 온라인 식료품시장에서 매출 5조 원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유통기업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 보인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라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영토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9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컬리와 손을 잡고 온라인 장보기 전문관을 열었다. 후발주자의 격차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두그룹의 의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문제는 오카도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게 하는 소식이 최근 바다 건너에서 전해졌다는 점이다.

월마트, 아마존과 함께 미국 주요 3대 유통기업으로 꼽히는 크로거는 약 일주일 전 이커머스 전략을 최신화하면서 오카도와 협력해 만든 자동화 물류센터 8곳 가운데 3곳을 2026년 1월에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오카도와 함께 물류센터 20곳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 계획의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기존 방침에서 후퇴한 셈이다. 오카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자연스럽게 뒤따라나올 수밖에 없다.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은 미국 투자사 쇼퍼캐피탈의 유통 분석가인 클라이브 블랙의 말을 인용해 “(크로거의 발표는) 오카도에게 ‘거의 녹아웃 펀치’”라며 “대부분의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가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경제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하찮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카도를 향한 투자자들의 심리도 급격히 식고 있다.

크로가의 물류센터 폐쇄 발표 직후 오카도 주가는 17% 이상 하락하면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카도 주가는 올해에만 41% 넘게 빠졌는데 이는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다는 것을 방증한다.

오카도는 한 때 첨단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유통산업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만으로도 이익을 낸다는 점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한 때 영국의 주요 유통업체인 테스코를 시가총액에서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평가에 상당히 금이 간 상태로 여겨진다. 캐나다에서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소베이 역시 지난해 6월 오카도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물류센터를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도 “크로거는 오카도와 운영하던 자동화 물류센터 3곳의 폐쇄를 발표하며 구조적 축소 국면에 진입했다”며 “투자 대비 처리 물량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자동화센터 모델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으로서도 오카도 관련 소식은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2022년 11월 오카도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캐나다의 소베이, 미국의 크로거 등이 오카도와 손잡고 자동화 시스템 구축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찾는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롯데쇼핑으로서도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움직임으로 읽혔다.

하지만 당시 근거로 삼았던 기업들이 오카도와의 협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소 체면이 구겨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오카도와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과 한국시장의 특성이 다른 만큼 오카도 협력 모델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는 땅덩어리가 넓은 탓에 유통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배송 범위가 넓은 편이다. 온라인 침투율 역시 10%대에 불과할 정도로 오프라인으로 식료품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기도 하다. 오카도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는 이러한 지리적 특성도 한 몫을 한다고 롯데쇼핑은 설명한다.
 
'오카도' 북미에서 고전, 롯데쇼핑 "한국 상황은 달라" 자신감 보이는 이유
▲ 영국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가 운영하는 자동화 물류센터 내부 모습. <롯데쇼핑>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은 배송 환경과 온라인 쇼핑 보편화 측면에서 영국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식료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아직 낮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라며 “이런 특성 덕분에 식료품 배송에 최적화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은 국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이나 일본 등 오카도가 진출한 다른 국가에서는 오카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시장 특성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롯데쇼핑은 덧붙였다. 

롯데쇼핑에서 오카도 협력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김상현 부회장과 강성현 대표다.

롯데쇼핑 안팎에서는 내년 상반기 부산에서 문을 여는 오카도의 첫 자동화 물류센터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카도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게 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는 것은 두 사람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카도 문제와 별개로 올해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유통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라는 반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수년 동안 유통 계열사 수장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 올해는 안정 속 쇄신을 추진하면서 그 대상에 유통 계열사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부회장과 강 대표가 오카도 협력사업의 실질적 책임자인 만큼 올해 인사에서는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을 실제로 현실화한 최고경영진인 만큼 적어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내년까지는 두 사람의 역할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상현 부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강성현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일은 2027년 3월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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