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1-20 16: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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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LS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가운데), 최창희 에식스솔루션즈 대표이사(오른쪽), 박진호 LS 전략금융부문장 등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개최한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기업설명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S그룹과 LS의 일부 소액주주들이 LS의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논란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렸다.
LS그룹 측은 재무적 상황, 시황에 따른 빠른 설비투자 필요성을 강변하며,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결국 LS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소액주주들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결국 LS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상장 철회를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또 에식스솔루션즈에 이어 LS전선, LSMnM 등 LS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하게 되면 LS 주식 가치가 더욱 희석될 것이라며,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더 이상 확대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LS타워에서 LS가 개최한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설명회에 일반 주주 20명이 참석했다. 앞서 이번 상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주목을 받은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도 지분 1%를 위임받아 참석했다.
LS그룹에서는 이태호 LS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창희 에식스솔루션즈 대표, 박진호 LS 전략금융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권선(전력기기 내부에서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감아둔 구리선 코일) 제조사다. LS그룹은 2008년 에식스 인수 당시 나스닥에 상장사였던 이 회사를 상장 폐지한 뒤, 연구개발·사업확대에 투자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전력기기와 전선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는 등 시황이 빠르게 개선되지 LS 측은 설비 증설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에식스솔루션즈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일 설명회에서 LS그룹 측은 에식스솔루션스가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 △전기차용 압출 권선(HVWW) △변압기용 연속전위전선(CTC) 등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권선 품목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 설비증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LS그룹은 미국 권선 제조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국내 상장을 통해 특수 권선 생산설비를 늘려 수요 급증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식스솔루션즈의 미국 특수권선 생산설비 모습. < LS그룹 >
기존 일반 권선 생산라인을 특수 권선 생산용으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생산설비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2028년까지 4천억 원에 투자비가 필요하는 게 LS측 설명이다.
LS 측은 설비 투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하면 LS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기준 198%에서 206%로 상승하고, 연간 300억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LS 유상증자를 통한 엑시스 자금 지원은 지분율 희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주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최적의 선택지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호 LS CFO는 “LS그룹이 주로 영위하는 ‘장치 산업’은 업황이 좋으면 대규모 시설 투자금이 들어가고, 구리를 비롯한 수입 원자재 소요가 많다 보니 사업 확장에 맞춰 운전 자본 명목의 차입금이 증가해 부채비율이 높다”며 “차입 시 이자부담이 크고, 이는 순이익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기대했던 기업가치 상승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자회사 중복상장’에 따른 LS 주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에식스솔루션즈가 현재 LS 주식가치에 기여하는 몫은 크지 않다. 최근 LS 주가 상승은 LS전선, LS일렉트릭의 사업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공개를 통한 에식스솔루션즈 기업가치 상승은 LS 주가에 추가로 반영돼, (저평가된) 주가가 재평가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S 측은 중복상장 우려를 씻기 위해 향후 엑시스 상장 후 △중간배당 실시 △배당금 상향 △주주소통 강화 등 주주환원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LS 측 설명이 끝난 뒤 주주와의 질의응답에서 여러 소액주주들과 LS그룹 측은 ‘중복상장’ 논란을 둘러싸고 1시간 가량 열띤 공방을 벌였다.
가장 먼저 액트 측 관계자가 한국 증시에서 중복상장 이후 모기업 주가 하락 사례가 많음에도, 에식스솔루션 상장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뭔지, 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이 고려했는지, 부채비율 상승이 문제라면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등 자본증권 발행은 고려하지 않았는지 등을 LS 측에 물었다.
이에 대해 이 CFO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물적분할을 활용한 ‘쪼개기 상장’, 에식스솔루션은 ‘인수 후 상장’으로 경우가 다르다”며 “자본증권 발행은 주주가치 희석 등의 불확실성, 금리가산시점(스탭업)에서 콜옵션 행사 등이 있어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에식스솔루션의 자본총계는 3천억 원인데 반해 상장시 시가총액을 2조5천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지분율 하락과 상장 후 순자산가치(NAV) 할인에도 LS가 보유한 에식스솔루션즈 지분가치는 대폭 늘어날 것”이라면서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이후에도 기업가치 하락위험은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소액주주 김 모 씨가 LS가 보유한 LS전선·LS일렉트릭 주식의 시가만 따져도, LS의 시가총액인 6조 원보다 1조7000억 원이나 많음을 지적하며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LS의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을 거라고 믿겠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모 씨는 현재 비상장사인 LS전선과 LSMnM의 향후 상장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LS그룹이 공식적으로 추가 계열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LS전선은 비상장 주식거래소 ‘K-OTC’를 통해 LS전선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 매입해 LS의 100% 자회사로 만들면 LS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LS그룹 측은 “LS전선, LSMnM 상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 없다”며 “다만 상장이 주주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면 실행하지 않을 것이고, 주주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오히려 주주 측에서 상장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 주주들과 소통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반드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 LS의 소액주주들은 에식스솔루션즈 외에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비상장사인 LS전선이 상장될 경우 '중복상장'으로 LS 주식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9월 열린 'LS전선 밸류업데이'에서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 LS >
LS전선 소액주주 대상 공개매수(스퀴즈)에 대해 LS 관계자는 “이전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도 LS전선 지분 매수를 시도했지만, 주주들이 처분의사가 없었다”며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로 매수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은 불가능하니, 다른 방법을 빨리 찾을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LS그룹이 그동안 중복상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보다 시가총액이 더욱 높았을 것"이라며 "투자금 4천억 원을 위해 LS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해도 지분희석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진호 LS 상무는 “LS그룹은 △전력 인프라시장 호황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공급망 재편 △투자의 적시성 등에 어찌 대응하냐에 따라 전선·전력기기 분야에서 쌓은 입지를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사업 이력 부재, 설비 구축·안정화에서 어려워하는 있는데, LS 주주들이 회사 계획을 지지해준다면 3배 정도의 가치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투자은행업계 25년 경력의, 자산운용사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소액주주는 LS가 보유한 에식스솔루션 보유지분 가치는 상장 전 1조3300억 원, 상장 후 1조900억 원으로 추정하면서 “상장을 우선순위로 잡고 가는게 장기 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가 끝나고 한 주주는 “LS그룹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주들과 소통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면서도 “LS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으려면 LS전선을 100% 자회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