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5-11-19 16: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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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장애인 혐오 발언'을 두고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상대로 문제의 발언을 쏟아냈는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자그마한 일'이라며 언론 탓을 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칼 대응'과 비교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6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시상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 우수입법의원 의정대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을 둘러싼 장애인 혐오 발언 논란이 지도부의 대응 방식 탓에 거꾸로 커지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당내 장재인 발언 논란을 두고 "김 의원을 지적한 것은 장애인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이 어쨌든 비례대표로 저희 당에 들어왔는데 저희 당의 정책과 노선에 충실히 국회의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불거진 거지 박 대변인이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 당사자인 박 대변인을 감싼 것이다.
앞서 박 대변인은 12일 유튜브 채널 '감동란TV'에 출연해 김 의원을 두고 "막말로 김예지 같은 사람은 눈 불편한 거 빼고는 기득권"이라며 "일부 약자성을 무기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특권을 누리고 싶고 비례대표로 꿀은 빨고 싶고 그런데 민주당 가면 공천 안 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장애인 할당제로 들어오고 싶은 것"이라며 "장애인이 너무 많이 할당을 해서 저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설화가 커지자 박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이 장애인 혐오가 아닌 김 의원의 법안과 정치적 행보에 관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장애인이라고 다른 집단에 비해 과대표되어선 안 되며 마찬가지로 특정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이라며 "그렇게 특혜를 받은 김예지 의원은 국민의힘의 일원으로서 당론을 존중하고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 혐오 발언 논란이 즉각 불거졌지만 당 지도부의 대응은 미지근했다.
먼저 장동혁 당대표는 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됨에도 '엄중 경고'에 그쳤을 뿐이다. 박 대변인은 사의를 표시했으나 장 대표는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로서 당 대표가 이미 엄중하게 질책을 한 사안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조금 적절치는 않아 보인다"며 "굳이 자그마한 서로 간의 어떤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이렇게 오랫동안 집착해서 이걸 기사화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를 두고 지도부의 '극우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당대표가 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등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을 당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박 대변인은 대표적 극우 인사로 평가된다.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인사를 옹호한 전적도 있다.
박 대변인은 12일 유튜브 '감동란TV'에서 "도태우 변호사도 사실 5·18 관련해서 모욕을 한 것도 아니다. 자기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며 "그럴 수 있지 않나. 그걸 가지고 공천 취소한 것" 이라고 말했다.
도 변호사는 2021년 11월25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면에 부쳐'라는 이름의 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2024년 3월14일 5·18 폄훼 및 왜곡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당시 도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여기에 김 의원은 특검안, 계엄 해제안, 윤 전 대통령 탄핵안 등에 찬성하며 당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 그만큼 강성지지층의 '미움'을 받고 있다.
아울러 '친한계'에 대한 거부감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이 대표적 '친한' 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12일 유튜브 채널 '감동란TV'에서 김 의원을 두고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을 공천했다. 그런데 그 공천을 한 게 누구냐. 한동훈이다."라며 "한동훈이 김예지를 에스코트하며 언론 노출 효과만 노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논란을 빚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며 "한동훈의 실패한 공천과 '정치인 김예지'의 잘못된 행보를 지적하는데 민주당도 안 할 말 꼬투리 잡으며 장애인 혐오가 어쩌고 프레임 공격하는 한심한 팬덤 때문에라도 한동훈은 재기 불가라고 다시 한 번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19일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제184차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적을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교하는 시선도 나온다.
일찍이 더불어민주당 역시 올해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몇 번 홍역을 치뤘다.
먼저 최강욱 당시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조국혁신당 성폭력 사건을 두고 내놓은 발언이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정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당일인 9월4일 당 윤리감찰단에 최 전 원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정 대표는 같은 달 7일 당 윤리심판원에 사건을 회부했고 최 전 원장은 이날 교육연수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춘석 의원의 차명주식 거래 의혹 논란도 있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이 의원은 8월4일 국회 본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른 사람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에 정 대표는 이튿날인 5일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 대표는 다음날인 6일 탈당 의사를 밝힌 이 의원을 당에서 제명했다.
국민의힘의 논란을 키우면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도 따라 커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9일 성명을 내고 박 대변인의 발언에 "이것은 단순한 혐오 발언이 아니다. 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란 정치의 연장선이며, 장애비례대표의 취지를 부정하는 비민주주의적 행위"라며 "장동혁 당대표는 당 차원에서 공식사과하고 박민영 대변인을 즉각 사퇴시키고 징계하라"고 직격했다.
무엇보다 김예지 의원이 박 대변인을 고소하기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민영 대변인의 문제 발언을 놓고 "최근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 공격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적 공간에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공적으로 소비된 사안"이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