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다외국어대 류재광 "퇴직연금 기금형 계약형 성과 차이 크지 않아, 중요한 건 가이드라인"]() 
 | ▲ 류재광 간다외국어대 교수가 31일 한국연금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확정급여(DB)형 연금 운용에서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국내 퇴직연금 업계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에서 볼 때 기금형 퇴직연금과 계약형 퇴직연금의 성과 차이는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이행한 경우의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한국연금학회가 ‘DB형 퇴직연금 자산운용 고도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류재광 간다외국어대 교수를 시작으로 일본 세븐앤아이 홀딩스 퇴직연금 기금을 담당하는 마사카츠 쿠와하타 상무, 일본 TDK 퇴직연금 기금을 담당하는 히로후미 이세모토 상무가 각각 발표를 맡았다.
퇴직연금 가운데 DB형은 기업이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해 향후 지급하는 제도다.
DB형 퇴직연금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신탁회사나 생명보험사와 같은 전문 운용사들과 기업이 직접 계약하는 계약형, 기업이 사내에 따로 퇴직연금 기금이라는 독립법인을 차린 뒤 운용하는 기금형이다.
일본에는 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큰 대기업들을 위주로 기금형 DB 퇴직연금이 꾸려져 있다.
그러나 두 가지 퇴직연금의 성과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기금형 DB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39%, 계약형 DB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17%로 집계됐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수익률은 기금형이 9.08%, 계약형이 8.93%였다.
닛케이의 조사에서도 2019~2023년 동안 평균 수익률은 기금형이 4..26%, 계약형이 3.43%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계약형과 기금형 모두 외국주식, 외국채권, 일본주식, 일본채권 등으로 고르게 자산배분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DB형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치중된 것과는 대비된다.
류 교수는 그 배경에 일본 정부가 정한 DB형 퇴직연금 가이드라인 제도가 있다고 보았다.
일본은 2002년 DB형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관계자 역할 및 책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어 2018년에는 법을 개정하면서 추가로 ‘자산운용 기본방침 작성’ 및  ‘기본자산배분 수립’을 모든 기업에게 의무화했다.
결정적으로 후생노동성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경우 향후 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렸다.
앞서 일본의 기업들은 DB형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손실이 나 근로자들로부터 소송당할 것을 두려워해 적극적으로 자산배분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산운용 가이드라인만 준수한다면 책임을 덜 수 있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지면서 기업들이 더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류 교수는 한편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도입기업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뭉쳐 퇴직연금 기구(기업연금연합회)을 조직했는데, 퇴직연금을 운용함에 있어 금융사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