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사진)이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직접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마켓(G마켓·옥션 운영사)의 새로운 비전은 글로벌-로컬 마켓.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이을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포부다.
지마켓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를 대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굳건한 입지를 다져왔지만 이후 쿠팡과 네이버의 거듭된 공세 탓에 위상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제임스 장 대표가 꺼낸 전략은 내수와 해외,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양자택이’ 전략이다. 장 대표는 이를 위해 우선 지마켓을 향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다.
장 대표는 지마켓이 국내에서 판매자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중요한 지점 가운데 하나로 강조한 것이 바로 ‘판매자 지원’이다.
장 대표는 “셀러 파트너 지원에 연간 5천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현재 셀러를 위한 세일즈 지원, 신규 셀러를 위한 인큐베이션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 지원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가격 경쟁력 확보’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할인쿠폰 수수료를 앞으로 전격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마켓은 그동안 행사 때마다 발행되는 할인쿠폰과 관련해 카테고리별 판매 수수료와 별개로 쿠폰 할인금액의 20%를 별도로 판매자에게 청구해왔다. 소비자들이 할인쿠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판매자에게 떨어지는 금액이 적어졌던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는 쿠폰 관련 비용을 지마켓이 전액 부담한다. 할인쿠폰과 관련해 판매자들이 신경 쓸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마켓 스스로 보호장치도 갖췄다. 프로모션에 참여하기 위한 서비스 이용료를 판매가의 3%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고정 참여료를 받겠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업계 관행을 깨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쿠폰 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절감해주는 것만으로도 ‘판매자 친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 대표는 중소 신규 사업자들에게 일정 기간 마케팅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인하하는 정책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지마켓의 성장전략 가운데 또 다른 축인 해외를 놓고는 ‘한국 상품을 세계로 전파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나라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구체적인 계획이다. 이미 최근 동남아시아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라자다와 연계해 동남아시아 국가 5곳 진출을 시작했다.
라자다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가 보유한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동남아시아 소비자 1억6천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지마켓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단계부터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마켓에 속한 판매자 60만 명, 상품 2천만 개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알리바바가 거미줄처럼 뻗치고 있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 덕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 브랜드, 한국 상품의 해외 수출 성과도 조기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신세계그룹이 그리고 있는 장밋빛 전망이다.
▲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왼쪽 첫번째)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와 이민규 영업본부장, 이민기 셀러그로스 담당, 김정우 PX본부장. <비즈니스포스트> |
물론 이러한 전략이 당장 가능하지는 않다. 장 대표가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말한 이유다.
장 대표는 “지마켓이 ‘글로벌-로컬 마켓’이라는 비전을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것이 기술 업그레이드”라며 “이것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전반적인 플랫폼 재건축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마켓 플랫폼 재건축을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1천억 원씩, 모두 3천억 원을 쏟아 붓는다. 이 비용은 대부분 알리바바그룹이 축적한 최첨단 기술 노하우를 지마켓 플랫폼에 내재화하는 데 쓰인다.
장 대표는 “앞으로 5년 동안 이커머스에 있을 가장 큰 변화는 AI(인공지능)라고 생각한다”며 “AI의 꾸준한 발전, 거기서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 더 고도화된 경험 등 지마켓은 그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지난 9월 말 실시된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마켓의 새 수장에 올랐다. 1985년생으로 이제 막 나이 마흔을 넘긴 아주 젊은 전문경영인이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캐타다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을 졸업한 뒤 캐나다수출개발공사, 글로벌 경영컨설팅 서비스기업 액센츄, 독일 인터넷기업 로켓인터넷 등을 거쳐 2012년 라자다필리핀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라자다그룹 CCO(최고크로스보더책임자)와 라자다싱가포르 CEO, 라자다그룹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 라자다인도네시아 CEO 등을 역임했다.
그는 행사 초반 지마켓과 관련해 “라자다를 창업할 당시 저는 이커머스 업계 전문가가 아니라 글로벌에서 유명한 플랫폼을 공부했는데 그때 열심히 공부했던 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의 지마켓이었다”며 지마켓에 대한 애정을 엿보이기도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