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 ALT-B4로 알테오젠을 크게 키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알테오젠이 최근 시가총액 27조 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의 ‘소비자 니즈 중심’ 경영철학에서 탄생한 피하주사(SC) 제형 혁신 플랫폼(ALT-B4)이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각광받고 있어서다.
2008년 연구원 3명과 함께 대전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알테오젠은 이제 코스닥 1위를 넘어 코스피 이전상장까지 준비하게 된 비결과 성공의 여정은 어땠을까.
◆ 알테오젠의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
알테오젠의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기존 정맥주사형 바이오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최근에는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적용한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트루다SC는 미국 FDA에서 이번에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위암, 자궁경부암 등 고형암 38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품목허가를 받아 기존 약물인 키트루다 정맥주사(IV) 제형 대부분의 적응증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키트루다SC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에서도 최근 품목허가 긍정의견을 받아 유럽시장 공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일반적으로 약물사용 자문위원회에서 긍정의견을 받으면 최종 품목허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럽 문턱도 사실상 넘긴 것이다.
머크의 키트루다는 2024년 기준 매출 29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3년째 지킨 의약품이다.
알테오젠은 머크와 맺은 기술이전(L/O)에 따라 최대 1조4천억 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머크와 같은 거대제약사들이 ALT-B4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에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플랫폼을 독점하던 할로자임의 특허가 2027년 무렵 만료된다는 데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서는 할로자임의 기술을 적용해 약품을 만들면 특허로 보호받은 기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특허 기간이 2040년 무렵까지 보장된 알테오젠 플랫폼 ALT-B4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머크뿐만 아니라 스위스 산도즈, 일본 다이이찌산쿄, 인도 인타스파마 등이 ALT-B4를 도입해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형으로 대체하기 위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알테오젠으로서는 긍정적 흐름을 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알테오젠 주가는 2024년 말 30만9500원 대에서 2025년 9월22일에는 52만9천 원을 찍었고, 같은 날 종가 50만7천 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7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박순재 '소비자 니즈 중심' 경영, ALT-B4 탄생의 비결
"사업은 결국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박순재 대표가 알테오젠을 세우고 경영을 할 때 세운 원칙이다.
박순재 대표는 LG화학(LG생명과학의 전신)에서 바이오 연구책임자와 사업개발 담당자로 20년간 일하면서 이런 원칙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LG화학에 몸담으면서 사업과 영업을 모두 맡음에 따라 당시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오픈 이노베이션 과정에서 자체 연구원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회사라는 것은 판매가 목적이고, 궁극적으로 고객과 사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ALT-B4를 개발한 이유도 환자와 사용자인 의사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출발했다.
정맥주사는 30분 이상 맞아야 하는 반면 피하주사로 맞으면 5분 이내에 배나 허벅지에 맞을 수 있는 만큼 환자들과 병원 모두 피하주사에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눈여겨 본 것이다.
박순재 대표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본 떠 만든 복제약)를 개발하면서 우연히 깊게 들여다보니 피하주사 비율이 정맥주사를 앞서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박 대표는 당시 유럽은 6대 4였고 한국도 5대 5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던 것을 보면서 시장성에 확신을 얻었다.
◆ ALT-B4가 나오기까지 어려웠던 여정
"대전에서 가장 짠돌이 회사였다."
박순재 대표는 과거 창업 초기 알테오젠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한다.
박 대표는 알테오젠을 운영하면서 초기 자본금 5억 원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서 대부분의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에서 엄청 아껴썼다.
박순재 대표는 창업 당시 벤처캐피털(VC)로부터 많은 돈을 투자 받아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알테오젠 설립 3년 차에 종근당 계열 CKD 차업투자로부터 10억 원을 투자받은 것 외에는 남의 돈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알테오젠을 통해 사업자금을 벌어서 쓰려고 외국회사에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해주고 마일스톤을 받아 신약연구에 사용해왔다고 한다.
ALT-B4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사인 할로자임의 특허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알테오젠은 단백질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였던 만큼 단백질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여러 방법을 동원했고 결국 탁월한 변종(Variant)를 개발해냈다.
박 대표는 한 매체(바이오타임즈)와 인터뷰에서 "ALT-B4는 다른 연구와 비교해 정말 말도 안 되는 적은 자원을 가지고 큰 성과를 거뒀다"며 "연구원 6명과 30억 원을 투입해 운 좋게 얻은 쾌거다"고 말했다.
◆ 박순재는 누구?
박순재는 1954년 12월22일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미국 퍼듀대학교 대학원에서 화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럭키바이오텍연구소(현 LG화학 연구소)에 입사해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박 대표는 1988년 여름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에서 포닥(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럭키바이오텍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최남석 박사의 권유로 바이오쪽을 맡게 됐다.
그 뒤 한화석유화학 바이오 담당 개발본부장 상무로 자리를 옮겨 드림파마 사업을 주도했고 2009년 바이넥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08년 아내인 정혜신 한남대 교수와 함께 알테오젠을 설립한 뒤 201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