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통상임금 온전히 보장하라!”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 도로는 ‘노동존중 농협’을 외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로 뜨거웠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 소속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확대 적용 및 2025년 임단협 투쟁승리, 대 농협중앙회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협동조합본부 전 조합원 상경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농협중앙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열리는 이 결의대회에는 올해도 약 500명이 모여 농협 개혁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에서 노조가 가장 중점적으로 내세운 요구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이다.
임금 교섭은 노조에게 매년 돌아오는 연례 행사 같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있다.
통상임금은 법원 판례에 따라 정기성ᐧ일률성ᐧ고정성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다만 2024년 12월 법원은 통상임금 기준에서 고정성 항목을 제외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 판례의 취지가 통상임금 범위 축소가 실제 임금의 삭감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피하자는 것임에도 농협중앙회가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최소화하는 개정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김덕종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 업종본부장은 “농협중앙회는 노동조합과 협상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 재규정 심의위원회를 배치하고 합의되지 않은 통상임금 관련 개정 규정을 일선에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통상임금과 관련한 임금 제도의 개정을 일방적으로 단행한다면 8만6천 지역 농ᐧ축협 노동자를 대표한 전국협동조합본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전면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무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번 결의대회에서 노조가 내세운 문구는 ‘노동존중 농협’이다. 임금은 물론 농협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차별 해소 등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런 만큼 노조는 농·축협 카드 사업 위·수탁 약정 문제도 핵심 사안으로 들었다.
노조는 농협은행 직원과 농·축협 노동자 사이 명백한 차별이 있다고 짚었다.
노조는 농협카드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프로모션’ 사례를 들며 농협은행 직원과 농ᐧ축협 노동자 사이 명백한 차별을 지적했다. 농협은행 직원은 건당 2천 원을 지급받았지만 같은 업무를 수행한 농ᐧ축협 노동자들은 50건 당 사은품 1박스를 선착순으로 받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신용사업을 농협금융으로, 경제사업을 농협경제로 분담했다. 노조는 개편 이후 농·축협 직원들이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카드 사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서 차별을 겪어왔으며 최근 프로모션 논란이 불공정한 처우에 대한 반발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농협카드의 업무 60% 이상을 지역 농ᐧ축협 노동자가 하고 있음에도 수익 배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농ᐧ축협 노동자의 노동으로 손익을 내면서 여전히 우리를 2등 직원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밖에도 농협카드의 연체ᐧ부실 채권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도 비판했다.
김 업종본부장은 “농협카드의 연체부실채권을 지역 농ᐧ축협이 떠안고 그로 인한 대손충당금을 일방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2025년 하반기 약정 개정을 요구했다.
이어 투쟁 결의의 상징으로 농협카드의 불공정 행태 등을 담은 피켓을 함께 부수는 의식도 진행했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농ᐧ축협 차별 부수자!”는 함성을 외치며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로 결의를 다졌다.
▲ 하나로마트 고객만족도 평가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피켓. 다양한 요구안을 담은 피켓을 부수는 의식이 진행됐다. <비즈니스포스트> |
노조는 이밖에도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 승리 △실적 강요 중단 및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적정 인력 충원 △하나로마트 고객만족도 평가제도 폐지 △동물 피해 예방을 위한 근로 기준 마련 △비리 조합장 직무정지 범위 확대 △상호금융 특별회계 1조 원 지급 약속 이행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11가지 핵심 요구 사항을 내세우며 농협중앙회에 압박을 가했다.
결의문 낭독 후 농ᐧ축협 노동자들은 농협중앙회에서 광화문 동화면세점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자신들의 요구와 결의를 전달했다.
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의 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이 결의대회 뒤로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결국 우리의 투쟁은 농협중앙회에 대한 요구로 모아진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요구한 내용들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허투루 듣는다면 거대한 농협중앙회 개혁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의 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