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미국에 최신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테슬라 2나노 반도체 양산 및 공급을 확정지은 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4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TSMC 미국 애리조나 제1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전경.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이 경쟁사인 대만 TSMC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삼성전자를 뒤따라 미국에 가장 앞선 2나노 미세공정 생산 투자를 앞당겨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대만 연합보와 공상시보 등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TSMC가 애리조나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TSMC가 대만 남부과학단지에 신설하려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해야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건설중인 미국 애리조나 제2 반도체 공장에 3나노 대신 2나노 공정이 먼저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나노는 TSMC가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최신 파운드리 기술이다. 엔비디아와 애플, AMD와 인텔 등 대형 고객사 반도체 생산이 예정되어 있다.
연합보는 “TSMC가 미국에 2나노 기술을 이전한다면 대만 내 연구개발 및 생산 일정이 크게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TSMC가 2나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인력 등을 미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대만에서 생산을 앞두고 있던 파운드리 고객사 수주를 놓칠 가능성도 제시됐다.
그동안 TSMC와 대만 정부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자국 공장에만 유지하는 전략을 고집해 왔다.
미국의 압박으로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대만의 국가 기술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연합보는 TSMC의 미국 투자가 결국 엔비디아와 애플을 비롯한 현지 고객사에만 이득이 되고 대만 내 소액 주주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미국의 요구에 맞서지 않는다면 기술력과 인재 유출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합보는 “투자자들은 TSMC뿐 아니라 대만의 관련 산업 전체가 어두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며 반대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 TSMC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양산하는 대만 제20 반도체 생산공장 예상 조감도. |
TSMC는 현재 미국에 1650억 달러(약 229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및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첫 번째 공장은 가동을 시작했고 두 번째 공장에 장비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
공상시보는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물량이 이미 현지 고객사에 모두 예약되어 있으며 제2 공장에서는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이 계획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로 2나노 반도체 설비 구축을 앞당겨야만 하게 된다면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처럼 2나노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데는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협력이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신설하는 2나노 파운드리 공장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미국 내 2나노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히 미국 정부는 TSMC도 삼성전자와 같이 미국에 첨단 2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TSMC가 현재 트럼프 정부와 대만의 관세 협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점도 이러한 압박을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는 이른 시일에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 발표도 예고한 만큼 TSMC가 세율 인하나 면제와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의 요구에 적극 부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TSMC가 반도체 생산 지연이나 투자 부담으로 받을 타격을 감수하고 미국에 2나노 생산라인 구축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에서 테슬라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수주한 것은 TSMC와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서 거둔 값진 성과로 꼽힌다.
TSMC가 삼성전자와 더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 데 이어 미국의 압박까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이해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연합보는 “투자자들은 TSMC의 미국 투자가 이미 반도체 생산 지연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이는 대만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