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5월말 취임 뒤 SK엔무브를 시작으로 리밸런싱의 본격적 실행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8592억6천만 원을 들여 재무적 투자자 IMM이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지분 10% 매입에 이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으로 그동안 추진했던 SK엔무브의 상장은 중단한다.
SK엔무브(전 SK루브리컨츠)는 과거 SK이노베이션 완전자회사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5년 내 상장을 목표로 지분 40%를 IMM에 넘기며 1조1천억 원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SK엔무브 재편입을 두고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을 고려해 IPO를 잠정 중단했다”며 “SK엔무브 완전 자회사 편입은 SK이노베이션 전략 방향성과 SK엔무브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최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완전자회사가 된 윤활기유·윤활유 계열사 SK엔무브를 위기 속 2차전지 계열사 SK온 살리기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올해 1분기까지 출범 이후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SK엔무브는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6875억 원, 순이익 4348억 원을 거둔 SK이노베이션의 ‘알짜’ 계열사로 여겨진다.
SK그룹이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했지만 미래 핵심사업인 2차전지를 맡은 SK온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지난 19일 취임 뒤 첫 타운홀미팅에서 “배터리 사업은 내실·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영역과 시장에 집중하고 나아가 포트폴리오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그동안 SK온 구제책을 놓고 고심한 만큼 SK엔무브의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장 총괄사장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 폭이 넓어진 셈이다. 지난해에도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검토됐지만 당시 재무적 투자자 IMM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엔무브와 합병이 성사되면 SK온은 상장 추진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외부차입이 아닌 자체 자금조달로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금도 수월히 확보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추가로 다른 사업을 활용해 SK온 구제책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온 적자폭이 크고 SK엔무브 영업이익도 최근 3년 사이 내림세를 보여 합병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SK엔무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6875억 원)은 1조 원을 넘긴 2022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발표했다.
장 총괄사장은 그동안 추진한 SK엔무브 상장 작업을 중단한 만큼 시장에서도 향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SK엔무브 상장은 SK이노베이션의 SK온발 재무부담 탈피 및 투자재원 마련이란 점에서도 중요히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