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임기 종료에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던 손태락 부동산원 원장은 재임 말까지 경영평가에 악재를 맞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날 감사원이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결과와 관련해 현재 이의신청 절차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 최종 감사 결과에 대해 재심의 청구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22년에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통계 관련 감사를 했고 2023년에 또다시 감사를 연장해 주요 통계왜곡 의혹에 대해 심층적으로 점검했다.
그 뒤 같은해 9월 부동산 통계에 왜곡이 있었다는 내용의 중간 감사 발표를 한 뒤 1년 반이 지나 다시 최종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권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이 주택가격 상승률을 낮추거나 상승세가 확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작성하도록 부당하게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와대와 국토부가 통계법을 위반해 주택통계를 사전 제공할 것을 지시했는데 부동산원의 중단요청을 12차례 거절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의 관할 부처인 국토부에서 부동산 통계 감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부동산원도 재심의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반면 민주당은 감사원이 대선을 앞두고 재탕 감사로 대선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정부 통계는 애초에 수많은 공무원, 조사원의 참여로 조작이 불가능한데 통계 조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결론을 도출한 감사원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란 세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도 여전히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 끝나지 않았다"며 "감사원은 가장 먼저 해체에 준하는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해 독립성 훼손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최 감사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가 기각된 뒤 직무에 복귀해 이번 부동산원 감사결과를 다시 내놨다.
부동산원으로서는 현 정부와 차기 집권이 유력시되는 민주당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태락 원장으로서는 재임 기간 동안 부동산원의 통계 신뢰성이 왜곡됐다는 논란에 감사원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 한국부동산원 전경. <한국부동산원>
손 원장은 2021년 2월 취임해 지난해 2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원장이 선출되지 않아 현재까지 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 원장은 1987년 행정고시 31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건설교통부 광역도시철도과장, 건설경제담당관을 지냈다.
이후 국토해양부 도시환경과장, 운영지원과장,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부 주택도시실장과 국토도시실장을 거쳐 부동산원 원장으로 일했다.
손 원장은 재임 기간 정부 압박에 의한 통계 왜곡 의혹과 감사원의 감사에 시달려야 했는데 대선 기간에도 부담이 커지는 악재를 맞은 셈이다.
당장 이번 감사원 감사 발표는 매년 5월에서 6월까지 이뤄지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부동산원의 통계의 객관성 및 신뢰성과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과 2021년에는 ‘A’등급을 받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2022년과 2023년에는 잇달아 ‘B’등급으로 하락했다.
부동산원은 지난 경영평가에서도 통계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계 업무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규 및 제도적 정비, 통계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대응방안, 사전적 및 사후적 통계의 절차와 내용 정당성 검증 장치 마련 등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원은 민간과의 통계격차 발생원인 식별 및 통계혼란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받아들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