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티몬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이를 둘러싸고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가 티몬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떠오르며 이커머스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아직 법원 인가 등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오아시스가 유력한 인수 주체로 잠정 결정됐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이번 인수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오아시스의 ‘외형 불리기’ 전략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식품 중심의 직매입 구조를 가진 오아시스가 오픈마켓 플랫폼인 티몬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상품군 확대에 따른 운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유통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재정적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1490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42%에 불과해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수는 100%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진행되며 인수대금은 116억 원이다. 여기에 미지급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퇴직급여충당부채 등을 포함하면 실질 인수금액은 약 181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보유 현금성 자산의 12% 수준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평가된다.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실적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171억 원, 영업이익 22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 감사보고서 제출 이후 10년 연속 성장 중이며 영업이익도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이번 티몬 인수가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형부터 키우려는 ‘속도전’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실제 오아시스는 이번 인수에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번가 인수 추진 당시에는 지분교환 방식을 고수하다 협상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100% 신주 인수 방식으로 전환해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자체를 목표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두 기업의 사업 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중심의 직매입 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티몬은 여행, 패션, 뷰티, 공산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오픈마켓 중심 플랫폼이다.
단순 인수를 넘어 두 플랫폼 간의 구조적 통합과 카테고리 확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이를 소화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부재 역시 티몬 인수의 약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온라인 중심의 티몬을 품는다 해도 기존 오아시스의 오프라인 자산과의 시너지를 내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된다.
오아시스는 현재 전국에 5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온라인과의 유기적인 연결은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신사나 올리브영처럼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한 쿠폰, 적립 등 연계 전략이 활발한 다른 유통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체감 차이가 크다고 지적된다.
오아시스 역시 다양한 할인 쿠폰을 꾸준히 배포하고 있지만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 방식에서도 한계가 뚜렷하다. 오아시스는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온라인 주문 후 남은 재고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식품 중심의 현재 사업 모델에 맞춰진 방식으로 티몬이 주로 취급하는 여행, 패션, 공산품 등 비식품 상품군과는 구조적 연계가 쉽지 않다.
오아시스는 현재 식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도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 인수를 통해 비식품 카테고리로 외연을 확장하게 될 경우 한계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아시스와 티몬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오아시스>
물론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고객 기반 확대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티몬은 약 5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타깃은 30~40대 여성으로 오아시스의 주력 고객층과 상당히 겹친다. 두 플랫폼의 이용자층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상품 구색 확대 역시 기대되는 효과 가운데 하나다. 오아시스는 지금까지 직매입 방식에 집중해왔지만 이로 인해 상품 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티몬 인수를 통해 다양한 판매 방식과 카테고리를 흡수하게 된다면, ‘단조로운 상품 구성’이라는 약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티몬 입점 판매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판매자 커뮤니티에서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한다면 다시 입점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아시스는 재무안정성이 높고 IPO를 염두에 둔만큼 정산 지연 등과 같은 플랫폼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티몬 인수 여부와 무관하게 전국 단위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물류센터 추가 확보를 진행 중”이라며 “티몬의 전반적인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구성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적절한 시점에 운영 계획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