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압박에 힘입어 현지 고객사 수주 물량을 늘리며 가격도 대폭 높일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본격 가동을 앞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엔비디아와 AMD, 애플 등 대형 고객사 위탁생산 물량을 대거 확보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압박에 힘입어 TSMC가 초반부터 강력한 수주 기반을 확보하며 가격을 대폭 인상하기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17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가 미국 공장의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단가를 최대 30% 높여 책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주요 고객사들이 가격 상승을 우려해 파운드리 주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첨단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을 점차 강화하면서 TSMC가 애리조나 공장의 수주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최근 TSMC 미국 공장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제품 생산을 맡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플도 위탁생산 물량을 늘릴 계획을 두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5천억 달러(약 711조 원) 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서버와 슈퍼컴퓨터 등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장기간 대량의 주문을 넣을 공산이 크다.
TSMC가 미국에서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는 대만 공장과 비교해 훨씬 높다. 설비 투자와 인건비, 공장 운영 등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TSMC가 미국 공장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들에 이를 반영한 단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TSMC 대만 공장에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앞세워 자국 내 생산을 적극 유도하며 수주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수입 관세 부과를 예고한 점도 미국 고객사들이 TSMC의 현지 공장에서 반도체 물량 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고객사들의 수주 물량이 밀려들어오며 TSMC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며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TSMC의 파운드리 단가 인상은 미국 공장 가동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만회하고 트럼프 정부의 전 세계 대상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도 일부 방어하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주요 증권사들은 TSMC가 2분기에도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낮추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