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면세업계가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업계 경쟁이 완화하는 시기 고부가가치 고객 및 상품 유치에 집중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유신열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면세업계가 초유의 위기 겪는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이 경쟁사들의 경영 결단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업계 경쟁이 완화하는 시기를 틈타 공항점 명품 라인업을 늘리고 시내면세점 고부가가치 고객 유치에 집중하며 위기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면세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현대면세점이 시내면세점 폐점·축소 방안을 포함한 경영효율화 방안을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앞서 부산점의 문을 닫은 신세계면세점이 경쟁 완화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면세점은 전날 오는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을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과 무역센터점 등 시내면세점 2곳과 인천공항 1터미널점, 2터미널점 등 4곳을 운영해왔다. 앞으로 무역센터점과 인천공항점에 역량을 집중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면세점은 “중국 시장 및 소비 트렌드 변화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며 “면세산업 전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경영 상황 개선과 적자 해소를 위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리던 국내 면세업계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2019년 약 25조 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산업 규모는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약 15조5천억 원으로 40%가까이 꺾였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중국인들의 방한 형태가 패키지에서 개별 여행으로 바뀌고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방문하는 소비 추세가 자리잡으면서 2023년 면세산업 규모는 13조8천억 원으로 더욱 뒷걸음쳤다.
더욱이 코로나 시기 면세 상품을 중국 현지에 내다팔며 영향력을 키운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게 면세사업자들이 지급해하는 고율의 수수료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유신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업계의 위기가 고조되던 2020년 12월 신세계디에프 운전대를 잡았다. 2021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연달아 영업이익을 내면서 면세업계 대표 교체 흐름을 비껴갔다.
다만 악화 일로로 치닫는 경영환경 속 신세계디에프 역시 지난 1월 시내면세점인 부산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영업을 종료했다.
시내면세점에 있어 특히 단체 관광객 비중이 큰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알선 수수료가 공항면세점 임대료보다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신세계디에프는 영업손실 359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유 대표는 지난해 11월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또 그 때부터 일부 임원들과 함께 급여 2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업체의 시내면세점 사업 축소 결정은 유 대표의 숨통을 다소 틔울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부터 거래 규모가 큰 중국 보따리상들에게 2025년 1월부터 면세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업계 매출 1위 업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보따리상 매출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매출 절반을 제외하면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에 이어 매출 순위가 3위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비용 구조가 가벼워진 만큼 점진적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이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고, 현대백화점이 시내 면세점 축소 계획을 발표한 점 또한 경쟁 강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유 대표는 최근 공항면세점 명품 브랜드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1터미널점 ‘디올 부티크’ 일부의 모습. <신세계디에프> |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월 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7년 만에 최초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을 개점했다. 현재 2터미널 3층 쇼핑 공간을 먼저 열었고, 오는 5월 4층까지 확장한 듀플렉스 매장을 완성하게 된다. 국내 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듀플렉스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유입시키려면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가 중요하다”며 “신세계면세점이 갖춘 MD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에 루이비통이 입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인천공항 1터미널점에 여성복과 남성복 라인을 모두 갖춘 ‘원 디올’ 콘셉트의 디올 부티크를 열었다. 특히 디올의 여성 의류를 국내 면세점이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유 대표는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관련해선 고부가가치 외국인 비즈니스 단체(MICE)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업 효율을 위해 객단가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체관관객 객단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사업 목적 테마 단체의 객단가는 여전히 일반관광단체보다 3~4배 이상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면세점이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면서 3월 한 달에만 중국과 태국 기업 등 단체관광객 2천 명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면제를 올 3분기 중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를 계기로 시내면세점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올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단체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규모의 일반 관광객보다 비즈니스 출장이나 의료·뷰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