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3-25 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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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한국소호은행(KSB)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 1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한국신용데이터에 적잖은 금액을 투자한 만큼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의 독주 체제를 흐뭇하게 바라볼 것으로 보인다.
▲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한국신용데이터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25일 한국신용데이터가 LGCNS의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참여 소식을 전하면서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 막판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전날 하나은행에 이어 이날 LGCNS까지 이틀 연속 대형 업체의 합류 소식을 알린 것인데 이에 따라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참여기업은 지난 주 9곳(한국신용데이터 포함)에서 11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는 하나은행 말고도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3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평가 항목을 보면 기존보다 '자본금 및 자금조달 방안' 배점이 높아졌는데 단단한 자금력을 지닌 시중은행이 있다면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컨소시엄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곳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뿐이다.
애초 신한은행이 더존비즈온 컨소시엄을 통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했으나 지난 주 더존비즈온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신한은행 역시 최종적으로 참여가 무산됐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한 셈인데 국민은행 역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처럼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의 성공을 바랄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국신용데이터에 일찌감치 지분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인데 소상공인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를 바탕으로 지금은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은행은 2020년 12월 10억 원을 투자하며 한국신용데이터와 첫 연을 맺었고 1년 뒤인 2021년 11월에는 211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지분을 늘렸다.
특히 2021년에는 계열사인 KB증권도 한국신용데이터에 100억 원을 함께 투자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신용데이터의 장부가액은 KB국민은행 320억, KB증권 140억 원으로 둘이 합쳐 약 460억 원에 이른다.
한국신용데이터에는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등 신한금융그룹도 투자했는데 KB금융과 비교해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신한카드는 2018년 5월 5억 원, 신한투자증권은 2019년 12월 9억9800만 원 등 신한금융은 약 15억 원을 한국신용데이터에 투자했다.
현재 장부가액을 보면 신한카드는 40억 원대로 8배 이상, 신한투자증권은 30억 원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은행보다 초기에 투자한 만큼 지분가치가 크게 늘었지만 애초 투자액이 크지 않아 현재 장부가액이 KB금융의 6분의1 수준에 그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KB금융과 신한금융뿐 아니라 삼성화재, 한화생명, KT, 두나무, 한국성장금융 등 국내업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파빌리온캐피탈,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 글로벌 결제업체 파이서브 등 해외업체를 투자자로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지난해 4월 창립 8주년을 맞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사업계획서 한 장 없던 2016년 투자하신 분의 신주 인수 단가는 2023년 8월 모건스탠리가 1천억 원을 투자할 때와 비교하면 25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바탕으로 덩치가 더 커진다면 향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스타트업 성격을 지니는 만큼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모두 상장을 추진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보면 케이뱅크는 현재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이미 국내 상장에 성공했다. 토스뱅크는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투자해 수익을 실현한 경험도 있다.
국민은행은 2022년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 약 3810만 주 가운데 1476만 주를 블록딜로 매각해 4200억 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지분 매각 직전인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민은행은 2016년 100억 원을 투자해 카카오뱅크 주식 3810만 주를 확보했다. 2022년 지분 매각으로 4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한국소호은행은 국내 첫 소상공인 전문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이날 LGCNS의 합류 소식을 알리며 “모든 컨소시엄 참여사와 함께 대한민국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