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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돌파' 현대차와는 다른 처지, SK이노베이션 알래스카 투자 놓고 고심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5-03-25 16: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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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러온 관세 폭풍에 다른 한국기업인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현지 투자를 통해 돌파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처럼 대규모 미국 투자를 벌이기에는 처한 상황이 다소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돌파' 현대차와는 다른 처지, SK이노베이션 알래스카 투자 놓고 고심
▲ SK이노베이션을 향해 국내외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이날부터 26일까지 방한 일정을 소화하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E&S, 포스코인터네셔널, 세아제강 등 국내 정관계와 재계 고위급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다.

던리비 주지사와 한국 정부, 기업 관계자들 사이 만남에서 주요 화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 협의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프루도베이에서 니키스키까지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1300km 길이의 가스관과 가스처리 및 수출을 위한 부대시설을 짓는 개발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총 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놓고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노골적으로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한국 에너지 관련 기업을 향해서도 안팎으로 투자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2월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방미 중 직접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관심을 밝혔다. 대만에서는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가 지난 20일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마침 한국 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24일(현지시각) 미국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발 관세 압박에 힘을 더해주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2028년까지 미국에서 21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의 발표를 놓고 “현대차의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다른 것도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완성차를 판매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탄력을 붙이는 상황인 만큼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도 사내독립기업 SK이노베이션E&S(합병 전 SKE&S)를 통해 미국 내에서 오클라호마주 우드포드 가스전 등 가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투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와는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대대적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분야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통보를 최근 받았을 정도로 재무적으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로 연결될 포인트톰슨, 프루도베이 등 석유·가스전은 1960년대에 발견됐으나 현재까지 개발에 진척이 되지 않은 곳이다. 북극권이라는 위치와 혹독한 추위 등 복합적 영향으로 그만큼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알래스카 석유·가스전은 미국 정부가 1980년대부터 한국 등에 투자를 요구해 왔을 정도로 해묵은 숙제와 같은 투자사업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알래스카 석유·가스전을 개발해 싼 가격에 가스를 가져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동북아시아 지역까지는 일주일 안에 가스 공급이 가능한 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상 운송로의 환경적 상황을 비롯해 알래스카의 추위 등에 따른 가스관 공사 및 관리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가스관 등 공사가 10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당장 올해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로 정권 바뀌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약속한 미국 내 투자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상황을 보면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사업 위험은 기업에 상당한 수준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기업들에는 경제성 확보가 불투명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당장 미국과 통상 협상에서 협상카드로 내밀기 위한 방편으로 검토될 공산이 크다.
 
'관세 돌파' 현대차와는 다른 처지, SK이노베이션 알래스카 투자 놓고 고심
▲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 두 번째)은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 길에 알래스카를 깜짝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당시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알래스카 LNG 관련 투자를 약속했다. <알래스카 주정부>

중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7년에 무역전쟁을 통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통상압력 완화를 목적으로 중국석화, 중국투자공사 등을 내세워 알래스카주와 공동개발 협정을 맺은 바 했다. 다만 중국도 2019년부터 알래스카 LNG 개발에 사실상 발을 뺐다.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한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과 관련한 에너지 기업들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참여가 결정되면 투자 형태나 정도 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던리비 주지사는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수십 년 동안 알래스카의 숙원 사업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에 불이익이 아니라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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