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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실탄 쌓아가는 '0%의 후계자' 이규호, 코오롱 실적 반등 기반 확보 절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5-03-19 16: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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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실탄 쌓기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지난해 코오롱그룹의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능력 입증을 위한 성과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으로 보인다.
 
승계 실탄 쌓아가는 '0%의 후계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439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규호</a>, 코오롱 실적 반등 기반 확보 절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19일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6억7687만 원을 수령했다.

이 부회장이 코오롱에서 공시기준인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다 2023년 연말 인사를 통해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따른 결과다.

코오롱 그룹 전체 계열사를 따져봐도 이 부회장의 보수가 공시된 것은 지난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5억300만 원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이규호 부회장의 보수는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의 후계자치고는 눈에 띄지 않았던 셈이다.

공시기준인 5억 원 이상으로 이 부회장의 보수가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부회장이 이른바 ‘지분 0%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코오롱은 물론 코오롱그룹 내 주요 계열사 등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싱가포르에 설립한 경영자문 회사 2곳 정도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코오롱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한 것과 대조된다. 1984년생으로 40세를 넘어선 현재까지 코오롱 지분을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이 부회장의 승계 행보는 상당히 더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국내 대기업집단을 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경영 전면에서 활동하고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도 보유한 40대 총수 혹은 후계자도 흔히 보일 정도로 재계에 젊은 바람이 강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오롱 그룹의 승계 움직임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행보는 지난해 부회장 승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승진하면서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로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4개 회사에서 사내이사를 맡았다.

202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부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에서는 지난해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는 5억100만 원을 수령해 지난해에는 공시된 연봉만 모두 10억 원을 넘어가게 됐다.

코오롱 그룹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비교적 느긋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주요 원인은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 지분을 49.74% 들고 있다는 점이다.

총수 개인이 지주사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특별한 대응 없이 그대로 이 부회장이 지분을 상속 혹은 증여받고 받은 지분의 일부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증여세 등 문제를 해결해도 코오롱 그룹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 부회장이 이전까지 거액의 배당이나 급여를 받지 않았으나 이 명예회장이 1956년생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제부터 이 부회장의 보수를 늘려가도 승계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할 수 있다.
 
승계 실탄 쌓아가는 '0%의 후계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439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규호</a>, 코오롱 실적 반등 기반 확보 절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다만 이 명예회장은 2018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야 한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주식은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부친의 공개적 발언에 힘을 실어 줄 정도로 코오롱의 경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의 입증이라는 측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지만 주력 계열사가 모두 부진에 빠지면서 코오롱은 895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봤다. 2023년에 993억 영업이익을 본 데서 적자로 전환했다.

코오롱 그룹의 주력 사업을 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석유화학, 코오롱글로벌의 건설 등이 모두 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당장 올해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보다는 바이오, 신소재 등 신성장 동력에 무게를 두면서 코오롱 그룹의 실적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그룹 내 구조조정을 통해 첨단 복합소재를 담당할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설립했다. 올해는 바이오 분야에서 코오롱티슈진의 대표이사로 전승호 전 대웅제약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신사업 확대 의지는 올해 코오롱 그룹의 신년 경영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코오롱그룹은 2022년부터 신년사 대신해 임직원 등이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경영 키워드와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발표도 최고경영자가 아닌 전년도 원앤온리상 수상자가 진행한다.

올해 신년 경영메시지 발표자인 김형지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수석은 올해 경영메시지로 ‘YNOT(Yes! New Opportunities Together)’을 소개하며 “‘왜? 못할 게 뭐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강한 추진력으로 변화와 혁신을 달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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