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조달 계획의 무산에 따라 보유한 3조 원 가치의 삼성물산 지분 활용 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 놓였다.
KCC는 주식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교환사채 발행 계획 대신에 주주환원 차원의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모양새다.
상법 3차 개정이 이뤄지면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돼 정 사장으로서는 삼성물산 지분을 놓고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와 재무 효율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C 주가는 자사주를 기반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CC 주가는 지난달 24일 자사주 17.24% 가운데 대부분인 9.9%를 교환사채(EB) 발행에 활용하고 3.9%만 소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당일 36만8천으로 전날 41만7천 원에서 11.8%(4만9천원) 급락했다.
그 뒤 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지난달 30일 철회되자 당일 전날보다 2만5천 원(7%) 상승한 38만4천 원으로 회복했다. 1일에는 단기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3%가량 하락했으나 9월24일 종가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KCC는 자사주 활용계획 전면 철회 이유에 대해 "경영환경과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방향을 택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공시했다.
KCC 주주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발표되자 "미래 주식 수 확대 부담으로 주가 가치를 희석하고, 주주 환원의 핵심인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CC가 자사 시가총액보다 더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할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발표도 요구했다.
KCC는 삼성물산 주식 약 1700만 주(약 10%)를 쥐고 있는데 시가로 3조 원 규모가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8%) 다음의 2대 주주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은 KCC가 2012년에 매입한 삼성물산 주식을 유동화하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KCC가 3조3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4300억 원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를 발행한 점은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이례적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몽진 KCC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더욱 거세진 환경 가운데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전략적 관계 유지라는 '오너 관점의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삼성물산 지분과 관련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해외사모펀드가 반발하자 이재용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이 '백기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확보했다.
이 지분은 KCC의 범삼성가와의 우호적 관계와 함께 사업적 협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삼성물산 지분은 대규모 비핵심자산으로서 KCC의 재무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KCC는 삼성물산 등 상장주식과 토지, 건물 등을 활용한 담보여력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그동안 수조 원대 자산의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통해 얻는 무형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을 비롯해 재계 선두인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 건자재와 도료 등에서 사업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다만 KCC의 삼성물산 지분을 둔 비판은 '기회비용' 관점에서 제기된다. 정 회장이 KCC 주주 이익보다 삼성과의 우호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시장의 인식을 강화해 KCC의 주식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낮은 활용도는 현재 높은 수준의 차입금 금리 부담과 대비된다.
KCC는 2019년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한 영향을 받아 5조8천억 원에 달하는 총 차입금을 안고 있으며 관련 차입금 부담 평균 금리는 지난해 기준 6.2% 수준이다. 반면 KCC가 보유하고 있는 3조3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은 배당수익률이 1.34%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제고 강화 기조 속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이유를 명확히 입증해야 할 압박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방문하면서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추진하는 상법 3차 개정안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번달 정기 국회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현황과 처리 계획 공시 관련 제도까지 구체화되고 있다.
KCC관계자는 “자사주 활용 계획을 철회 뒤 향후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며 “주주 및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
KCC는 주식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교환사채 발행 계획 대신에 주주환원 차원의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모양새다.

▲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은 3조 가치의 삼성물산 지분이 주는 삼성가와의 우호적 관계와 재무적 비효율성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3차 개정이 이뤄지면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돼 정 사장으로서는 삼성물산 지분을 놓고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와 재무 효율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C 주가는 자사주를 기반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CC 주가는 지난달 24일 자사주 17.24% 가운데 대부분인 9.9%를 교환사채(EB) 발행에 활용하고 3.9%만 소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당일 36만8천으로 전날 41만7천 원에서 11.8%(4만9천원) 급락했다.
그 뒤 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지난달 30일 철회되자 당일 전날보다 2만5천 원(7%) 상승한 38만4천 원으로 회복했다. 1일에는 단기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3%가량 하락했으나 9월24일 종가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KCC는 자사주 활용계획 전면 철회 이유에 대해 "경영환경과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방향을 택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공시했다.
KCC 주주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발표되자 "미래 주식 수 확대 부담으로 주가 가치를 희석하고, 주주 환원의 핵심인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CC가 자사 시가총액보다 더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할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발표도 요구했다.
KCC는 삼성물산 주식 약 1700만 주(약 10%)를 쥐고 있는데 시가로 3조 원 규모가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8%) 다음의 2대 주주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은 KCC가 2012년에 매입한 삼성물산 주식을 유동화하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KCC가 3조3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4300억 원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를 발행한 점은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이례적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몽진 KCC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더욱 거세진 환경 가운데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전략적 관계 유지라는 '오너 관점의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삼성물산 지분과 관련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KCC의 삼성물산 지분 문제의 핵심은 '기회비용' 관점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해외사모펀드가 반발하자 이재용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이 '백기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확보했다.
이 지분은 KCC의 범삼성가와의 우호적 관계와 함께 사업적 협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삼성물산 지분은 대규모 비핵심자산으로서 KCC의 재무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KCC는 삼성물산 등 상장주식과 토지, 건물 등을 활용한 담보여력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그동안 수조 원대 자산의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통해 얻는 무형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을 비롯해 재계 선두인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 건자재와 도료 등에서 사업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다만 KCC의 삼성물산 지분을 둔 비판은 '기회비용' 관점에서 제기된다. 정 회장이 KCC 주주 이익보다 삼성과의 우호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시장의 인식을 강화해 KCC의 주식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낮은 활용도는 현재 높은 수준의 차입금 금리 부담과 대비된다.
KCC는 2019년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한 영향을 받아 5조8천억 원에 달하는 총 차입금을 안고 있으며 관련 차입금 부담 평균 금리는 지난해 기준 6.2% 수준이다. 반면 KCC가 보유하고 있는 3조3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은 배당수익률이 1.34%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제고 강화 기조 속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이유를 명확히 입증해야 할 압박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방문하면서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추진하는 상법 3차 개정안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번달 정기 국회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현황과 처리 계획 공시 관련 제도까지 구체화되고 있다.
KCC관계자는 “자사주 활용 계획을 철회 뒤 향후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며 “주주 및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