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 '혁신' '안정성' 사이 균형잡기 과제

▲ 정치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입법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입법 내용을 두고 ‘혁신’과 ‘안정성’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두 부분의 균형을 잡는 일이 될 법안 통과에 이르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된 법안은 안도걸, 민병덕 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3건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원화 등 법정화폐나 국채, 금 등의 실물자산 가치에 1:1로 연동해 발행되는 암호화폐다.

안 의원과 김 의원 법안은 금융당국의 인가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여부를 관리하고 발행사가 자기자본 50억 원 이상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두고 혁신을 강조하며 빠른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강조하는 주장이 있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나 코인 이용자들의 피해 등 부작용을 줄이는 '안정성'을 강조하는 ‘신중론’도 있다.

빠른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강조하는 ‘혁신론’ 측은 스테이블코인이 핀테크, 탈중앙화금융(DeFi), 그리고 웹3.0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우선시하며 부작용은 기존 체제와 새로운 입법으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혁신론’ 측은 미국이 지난 6월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킨 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점유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통화주권 대응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토론회에서 "디지털 통화 주권을 확립하고 금융 혁신을 모색하며 디지털 원화가 글로벌 핵심 통화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한국의 세계적인 플랫폼 경쟁력의 융합은 진정한 '디지털 원화 시대'를 개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내 이용자 보호, 금융안정성, 주조차익(시뇨리지)에 대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을 두고 "은행 중앙화에 대한 반발로 민간에서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나오는 거 같은데 공공적 뒷받침이 안되면 사고나 블랙머니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며 "공공과 혁신 사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 결제 시스템 구조화가 숙제"라고 강조했다.
 
속도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 '혁신' '안정성' 사이 균형잡기 과제

▲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환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한국은행(한은)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민병덕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시 기존 자본규제 우회, 금산분리 원칙 충돌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두고도 ‘혁신’과 ‘안정성’이 부딪히는 모양새댜.

한은을 비롯한 안정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코인들보다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성이 더 강한 만큼 발행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 지급결제시스템 대비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필요하다"면서도 "은행 중심으로 도입한 뒤 부작용을 점검해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혁신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은행권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살려 새로운 서비스와 금융 상품이 자유롭게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에게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문을 넓게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병덕 의원은 "은행권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혁신보다 안정에 중심을 둔 선택"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법화보다 앞으로 형성될 시장에 대한 준비에 더욱 중점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22일 ‘디지털자산 혁신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과 달리 발행 인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입부터 영업까지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평가업과 공시업은 아직 해외 사례가 없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담보 관리 방식, 내부통제 체계 등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준현 의원은 22일 포럼에서 “속도, 실리, 현실성, 실효성을 숙고해서 법안을 추진 중”며 “계획은 10월쯤이고 중간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겠지만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 꼼꼼한 보완 입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