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IPO 앞두고 몸집 불리기 주력, 조만호 밸류에이션 현실화 앞에 놓인 암초

▲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IPO에 앞서 외형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년째 판을 짜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패션 플랫폼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신규 사업 진출로 외형 성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대주주의 지분 담보 문제가 불거진 데다, 낮은 수익성과 고평가 의견까지 겹치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14일 무신사의 주당 거래가는 1만8500원 선으로, 시가총액은 약 3조6966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10조 원대 기업가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만큼 부풀려져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들과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이번 설명회는 기업공개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에 앞서 이뤄진 사전 절차로, 무신사가 증권사에 RFP 발송 계획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기업공개 준비가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정상 상장 시점은 이르면 내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만호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외형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 매장 확대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고객층 다변화,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입체적 성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통 채널 확대는 전략의 중심축이다. 

무신사는 홍대, 강남, 대구 등 주요 상권에 플래그십과 복합매장을 잇달아 열며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 내 숍인숍 매장도 꾸준히 늘리며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첫 초대형 복합 매장을 열고 다양한 브랜드를 한 데 모은 대형 공간을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성수에 두 번째 메가스토어를 개장해 식음료(F&B) 존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대표 자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도 외형 확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무신사스탠다드는 ‘한국형 유니클로’를 지향하는 SPA 브랜드로, 전국에 28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방문객 수만 1300만 명을 돌파했다. 합리적 가격대와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확대 중이다. 현재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일본,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13개 국가를 대상으로 2천여 개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업 간 거래(B2B) 유통과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도 병행하며 K-패션 플랫폼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신사 IPO 앞두고 몸집 불리기 주력, 조만호 밸류에이션 현실화 앞에 놓인 암초

▲ 8월1일 개장한  ‘무신사 스토어 강남’ 매장 외부 이미지. <무신사>


그럼에도 ‘기업가치 10조 원’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익성이다. 무신사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6.0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패션 플랫폼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높은 매출 성장률에도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낮은 수익성의 핵심에는 무신사스탠다드가 자리하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전략으로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낮은 마진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스탠다드의 원가율은 60~70% 수준이다. 일반 SPA 브랜드의 평균 원가율인 40~50%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사업 구조의 변화도 수익성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과거 단순 중개 플랫폼에 가까웠던 무신사는 이제 자체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며 매입과 물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 확대, 글로벌 진출, 신규 사업 투자 등 고정비가 급증하고 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도 크게 늘어난 반면, 파트너사의 수수료 인상 폭은 크지 않다.

시장 평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무신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46.3배로, 코스피 의류 업종 평균 8.8배를 크게 웃돈다. 시장이 이미 무신사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주가수익비율이 60배를 넘는 에이피알도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을 때는 20배 수준을 적용했다.

여기에 조만호 대표의 지분 담보 문제까지 겹치며 IPO 부담이 커지고 있다.

조 대표는 개인 회사 ‘라펠’의 한남동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무신사 보유 지분 약 23%를 담보로 제공했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 브릿지론 형태로 이뤄졌고, 만기가 오는 9월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상환이나 대체 조달이 지연될 경우 담보권 실행이나 반대매매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조 대표의 의결권이 약화되며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 변동성 확대는 물론 IPO 과정에서도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IPO 심사 과정에서 담보 해소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무신사스탠다드 30호점 이상 출점을 목표로 안양 롯데백화점 평촌과 스타필드마켓 킨텍스에 곧 신규 매장을 연다”며 “무신사스탠다드와 무신사 스토어의 확대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히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