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지명된 주병기, '공정 경제' 첫 과제로 플렛폼 기업 정조준하나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주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다면 윤석열 정부 아래 추진됐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자율규제' 기조보다는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제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경제선진국이고 위상에 맞게 시장경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바로 세워야한다”며 “그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기관이 공정위”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주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공정 경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공정 경제’ 관련 공약과 정책 설계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주요 국정과제 123개 가운데 공정위가 담당할 과제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소비자 주권 실현 및 불공정행위 근절’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날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주 후보자 인선을 두고 “하도급 문제와 담합, 내부거래 등 고질적인 불공정을 타파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국정철학을 치밀하게 구현할 경제 검찰의 새로운 수장 후보”라고 소개했다.

주 후보자는 학자로서 우리 경제의 ‘불평등’과 '분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왔다.

주 후보자는 2022년 출간한 저서 '정의로운 전환'에서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이 진정한 혁신이라 강조했다.

주 후보자는 2022년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정의로운 혁신은 그 과정과 결과에서 정의로움을 필요로 한다"며 "기술탈취, 단가 후려치기, 타인의 성과를 편취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주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도 “한국 경제가 강자의 갑질뿐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등 정실 관계가 만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정실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경제가 혁신적이 될 수 없고 선진적 시장질서도 만들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202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할 만큼 불공정 타파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경찰과 검찰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수사해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그만큼 주 후보자가 우리 경제 시스템의 ‘불공정’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 후보자의 철학을 고려할 때 ‘경제 검찰’로서의 공정위 역할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정위가 먼저 나서기보다 기업과 소상공인, 하청기업들 사이의 협약을 통한 ‘자율규제’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6월5일 취임 뒤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확충과 조직 확대를 위한 현황 파악을 지시하며 공정위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 기조를 갖고 있음을 나타낸 바 있다.
 
공정위원장 지명된 주병기, '공정 경제' 첫 과제로 플렛폼 기업 정조준하나

▲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주요 국정과제에서 공정경제 부분이 화면에 띄어져 있다. <연합뉴스>


주 후보자는 공정위 인력 확충에 관해 “(우리) 경제규모가 급속히 커진 만큼 공정위가 걸맞게 역할을 다하려면 지금보다 조직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의) 경제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나 데이터 생산 및 분석 능력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돈과 자본의 횡포로부터 모든 국민들,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지킬 수 있는 균형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할 강화 의사를 명확히 밝힌 주 후보자가 직면할 첫 번째 과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제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를 강조했으나 시장 독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특정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를 규제하는 강력한 온플법 제정을 위해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공정위도 최근 배달앱 분야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 아래 공정거래협약 도입을 검토하고 온플법 제정 논의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통상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온플법 제정을 문제삼을 가능성 때문에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주 후보자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한 감독 의지를 밝히면서도 온플법 제정 속도와 내용은 한미 통상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조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주 후보자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 공정위가 갖고 있는 행정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라든지 약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질서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된다”며 “하지만 지금 최강의 패권국인 미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어 우리 독자적 온플법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한미 무역협상이 이뤄진 뒤 그 내용에 따라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후보자는 1969년 생으로 서울 문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캔자스대 조교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소득 분배와 공정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한국응용경제학회장(2018년)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2019년)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자문단 세바정(세상을 바꾸는 정치)의 경제2분과장을 맡았으며 2025년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 캠프의 경제분과위원장으로 참여해 공정경제 관련 정책을 설계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