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세계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을 역대 최대인 36명 발탁하고 40대 임원 비중을 18%로 확대하며 차세대 경영진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
1년 전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한 데 이어 올해는 젊은 임원 층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중심의 계열분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경험을 활용하면서도 향후 독립경영을 뒷받침할 인적 기반을 넓히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23일 신세계그룹이 발표한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3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전 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발탁된 32명보다 4명(12.5%) 늘었다. 그룹 전체 임원 가운데 40대 비중도 '2026년 정기 임원인사' 당시 16%에서 올해 18%로 2%포인트 높아졌다. 신세계그룹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신세계그룹이 2년 연속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년 전에는 신규 임원 32명 가운데 14명을 40대로 발탁했으며 1980년대생 최고경영자(CEO)들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했다.
다만 올해는 세대교체의 중심이 대표이사보다 임원 층 전반에 놓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세계그룹은 1년 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 SSG닷컴, 지마켓 등 8개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했다. 경영 성과와 사업 경쟁력에 따라 최고경영진을 재편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성과를 낸 주요 계열사 대표를 유임하면서 신규 임원 발탁 규모를 더 늘렸다.
대표이사 인사를 통한 조직 쇄신을 이어가되 실무 조직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확보하는 데도 인사 역량을 집중한 셈이다. 주요 사업의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젊은 인재들에게 승진 기회를 넓혀 조직 내부에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신세계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계열분리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2024년 10월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식품,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을,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과 패션, 화장품,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SSG닷컴은 8월27일 이사회를 열고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의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보유한 SSG닷컴 지분은 65.11%, 34.89%다.
SSG닷컴은 12월1일을 분할기일로 정하고 온라인 장보기 중심의 존속법인과 패션·뷰티 중심의 신세계몰을 분리한다. 인적분할 이후에도 두 회사의 지분을 이마트와 신세계가 기존 비율대로 보유하게 되는 만큼 완전한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후속 지분 정리 절차가 필요하다.
사업과 지배구조가 분리되면 각 계열사가 독자적인 투자와 사업전략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경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에 확대된 젊은 임원 층은 향후 각 사업조직에서 전략을 구체화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표이사 인사에서도 독립경영에 대비한 사업별 전문성과 책임경영 강화 기조가 확인된다.
정용진 회장은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취임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정 회장은 주주총회를 거쳐 이마트 대표에 공식 취임한다.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거친 김홍극 대표는 신세계TV쇼핑의 흑자 전환과 신세계까사의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경험을 인정받았다. 이마트와 SSG닷컴을 함께 맡겨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장보기 사업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에서는 최택원 SSG닷컴 대표를 인사와 감사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총괄에 선임하고 박승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을 대외협력본부장으로 배치했다. 반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은 유임해 경영관리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백화점 부문에서도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 재편이 이뤄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코스메틱 부문에 각각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고 김덕주 현 대표에게 패션 부문을, 외부에서 영입한 허민호 대표에게 코스메틱 부문을 맡겼다. 허 대표는 신세계까사 대표도 겸임한다.
이번 인사가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경영진을 젊은 인물로 교체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난다.
새로 중책을 맡은 김홍극 대표와 허민호 대표는 모두 1964년생이다. 최고경영진에는 사업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배치하면서 임원 층에서는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정기인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시 인사를 통해 인재 발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계열분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로 발탁된 임원들이 각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차세대 경영진 육성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회사가 당면한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라며 "책임경영을 선언한 정 회장이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파트너를 '실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선발했다"라고 밝혔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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