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세 차례 유예에도 과세 기준과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시행 연기보다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 ▲ 가상자산 과세 제도와 관련한 의견수렴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6일 이형일 부총리(오른쪽)가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옛 코빗)·고팍스) 대표 등은 20일 가상자산 과세 관련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형일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을 위해 찾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2027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현재 의견을 듣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1일 도입이 예정됐다.
과세 자체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법적 기준은 마련된 상황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연간 소득금액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금액에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가상자산업계와 투자자들은 과세 형평성과 과세 기준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이후 주식과 가상자산 사이 과세 형평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하는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가상자산에만 부과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으로 얻는 수익이 빠르게 다변화하는 가운데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짚는다.
스테이킹과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 등 다양한 수익 창출 방식에 대해 소득의 성격과 과세 시점, 과세 대상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세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과 검증에 활용하고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 디파이는 은행 등 중앙화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서 가상자산 예치·대출·거래 등 금융활동을 하는 방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과 거래 유형에 관한 법적 체계를 구체화하고 이에 맞춰 과세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과세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며 여야에서 각각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다만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네 번째 과세 유예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수년째 과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득세법 개정 당시 가상자산 과세는 2022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1년 12월2일 국회에서 유예안이 통과됐다. 이후 2022년 12월23일과 2024년 12월10일에도 각각 시행을 9일, 22일 앞두고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앞선 세 차례 모두 과세 시행이 임박해서야 유예가 결정된 만큼 이번에도 정부의 판단이 늦어지면 시장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의 근본적 정비 없이 이어지는 단순 유예는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세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행 여부마저 확정되지 않으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거나 투자를 줄일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 ▲ 9월 시장조사업체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과세에 반대한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제도 보완을 전제로 과세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타이거리서치> |
다만 이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의 69.7%는 과세제도가 현행대로 진행되면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73.1%는 국내 거래소 이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맞춘 소득 재분류, 손실 이월공제 도입, 통합전산 체계 구축 및 기본법 제정을 선행하는 전면적 세제 재설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감 후속조치인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는 과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예 요구와 별개로 제도 전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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