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배우자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사진)를 상대로 제시한 이혼소송에서 두 사람의 이혼을 인용하고, 재산분할금으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35% 양도 등 약 2조5500억 원 지급을 판결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법원이 권 CVO 자산의 대부분인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35%를 배우자에게 양도하는 '주식 현물 분할'을 판결하면서, 그가 고수해온 '창업자 지분 100%'의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지배구조도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9일 권 CVO의 배우자 이 모 씨가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1심에서 두 사람의 이혼을 인용했다. 지난 2022년 11월 소송이 제기된 지 약 3년 10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전체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이 씨의 재산증식 기여도를 35%, 권 CVO의 기여도를 65%로 산정했다.
이에 권 CVO가 보유한 비상장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등 관련 주식의 35%를 이 씨에게 양도하고, 현금 65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설립과 성장 과정, 이 씨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사로 재직한 이력,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것으로 볼 때 재산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산정한 총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앞서 화제를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파기환송심 재산분할액(9440억 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국내 가사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다.
권 CVO 측은 그동안 이혼에 반대해왔으나, 재판부는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파탄의 책임이 양측 모두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판단해 이 씨가 청구한 위자료는 기각했다.
◆ "현금 마련 어려워", 법원 '현금 분할' 원칙 깨고 주식 분할 판결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주식을 직접 쪼개 나누는 ‘현물 분할’이 채택된 점이다.
통상적인 재산분할 소송에서 법원은 기업 경영권 안정을 위해 주식은 경영자에게 몰아주고,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가액분할(대상분할)’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가 주식 분할을 요구해온 데다, 권 CVO 순산의 96%가 비상장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는 조 단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서는 이 씨 측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인 만큼 주식 가치 산정이 핵심 쟁점이었는데, 재판부는 권 CVO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해 7조1490억 원으로 평가했다.
법원 감정인이 제시한 6가지 평가 방식(4조9천억 원~8조160억 원) 중 주식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하는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겸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의 결과가 스마일게이트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 |
판결이 확정될 경우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1974년생인 권 CVO는 199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대학 시절 만난 이 씨와 결혼했고, 이듬해인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후 대표작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연 매출 1조4천억 원대 게임사로 성장시켰다.
그간 권 CVO는 외부 자본 유치를 철저히 배제해왔으며, 2012년부터는 자신이 지분 100%를 단독 보유하는 ‘1인 지배체제’를 고수해 왔다. 또 20년 동안 스마일게이트 그룹을 이끌면서 한 번도 계열사를 상장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이 씨가 단숨에 지분 35%를 확보하고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권 CVO가 65%의 지분을 유지해 경영권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단일주주 체제에서 주요 외부 주주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향후 주요 사안에서 주주 간 이해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지분 3% 이상 주주는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등 감사·견제 권한을 갖는다. 또 지분율 33.4% 이상일 경우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대한 독자적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안에 따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이 씨가 보유 지분을 외부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할 경우 스마일게이트 내부에 외부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이번 1심 선고로 회사의 지배구조에 곧바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조 단위 재산분할액이 걸린 만큼 권 CVO 측의 항소와 상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최종 판결까지는 수년의 법정 공방이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권 CVO 측 법률 대리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향후 (항소 등) 절차를 의뢰인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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