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열풍의 지속성을 가늠할 새 시험대로 떠올랐다.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으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서버 가격 인상도 피하기 어려워지며 업계 전반에 자금 부담을 재차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가 인공지능(AI) 시장에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빅테크 기업들의 지출 확대 의지는 뚜렷하지만 메모리반도체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을 이끄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는 “인공지능 열풍이 시작된 이래로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이 항상 주목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26일 자체 회계연도 2분기 실적(2026년 4~7월)을 발표한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 뒤 약 1개월만이다.
빅테크 업체들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2026년 지출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해 내놓으며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에 호황 지속을 예고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추정치도 자연히 이에 맞춰 높아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증권사 추정치를 보면 엔비디아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평균 920억 달러(약 127조 원),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09달러로 추산됐다. 매출이 지난 회계연도 2분기보다 96%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을 930억 달러(약 128조 원)로 시장 평균 추정치보다 높게 제시했다.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1050억 달러(약 1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의 서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점도 매출 증가에 기여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서버 업체들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오라클 등 주요 고객사들에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의 공급가를 2027년 초부터 15% 이상 인상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일반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이 메모리반도체 용량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급사들의 단가 인상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가 인공지능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려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속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 ▲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4 고대역폭 메모리 전시용 모형. < SK하이닉스 > |
블룸버그는 결국 엔비디아가 원가 상승을 흡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영향력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기업들이 결국 2027년부터 엔비디아 서버 제품의 가격 상승을 반영해 투자 지출을 2026년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의 주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대체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지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이를 충분히 회수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엔비디아 서버 공급가 인상은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이전보다 훨씬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지출 열풍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다시 불확실성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및 서버 가격 인상과 관련해 내놓을 메시지가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도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넘어 더 많은 부분에서 투자자들에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 증가에도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지출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속가능한 수요가 발생할지에 대한 더욱 분명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엔비디아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실적 발표에서 보여줘야 할 핵심 과제로 안게 된 셈이다.
블룸버그도 “메모리반도체와 엔비디아 서버의 가격 인상은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며 “AI가 불러올 경제 혁명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