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평가 기준과 판단절차, 네트워크로는 다른 산업에 몸담던 사람들을 평가하고 적임자를 선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평판조회 전문조직인 커리어케어의 씨렌즈(C·Lens)에도 최근 들어 다른 업종과 다른 직무 출신의 임원을 검증해 달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씨렌즈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최선희 상무를 만나 기업들이 요즈음 어떤 임원을 영입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기업들의 임원 채용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가장 큰 변화는 기업들이 다른 업종과 직무 출신의 임원을 많이 영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간 융합, AI와 DX로 전환, 글로벌 사업 확대로 기업은 수시로 생면부지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일업종과 동일직무 출신이 아니라 다른 업종이나 직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 이런 변화가 채용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평판조회가 채용의 필수절차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기업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영입하려는 임원 후보자의 역량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보자가 기존 네트워크 밖에 있던 사람이다 보니 기존 방식으로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최종의사결정을 하는 CEO가 주요 직무에 원하는 인물을 배치하려면 회사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도 깊이 있는 분석 자료가 필요하게 됐다. 이 같은 검증작업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폭넓은 검증 네트워크와 전문적인 지식,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평판조회 전문 조직에게 평판조회를 맡기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 일반직원과 달리, 임원급 인재에 대한 평판조회가 더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의 배경이 되는 산업과 기업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임원급 인재의 역량과 성과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다. 최근 경영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잡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영역에 진출하거나 부진한 사업을 정상화하는 책임을 맡기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려면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 씨렌즈는 어떻게 객관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평가자료를 확보하나?
“평판조회 과정에서 성과를 만들었던 경험에 집중한다. 후보자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꼼꼼히 살펴 본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재현 가능한 성과다. 우연히 거둔 일회적 성과가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반복적 성과가 중요하다. 그런 성과를 많이 갖고 있어야 새로운 환경에서도 이전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의 성과는 온전히 개인의 역량에 기반한 성과로 보기 어렵다. 반대로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사업모델을 바꾸거나 조직을 재편해 성과를 만들어 냈다면 그 성과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게 맞다. 이 밖에도 씨렌즈의 컨설턴트들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했거나 조직의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 경험도 눈 여겨 본다. CEO와 의견이 충돌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통해 최종의사결정권자에게 불편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결정이 내려지면 정상적으로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해 본다. 씨렌즈의 보고서를 보면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 임원 채용을 고민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나 경영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평판조회는 단순히 후보자를 걸러내는 도구를 넘어 후보자의 안착을 돕는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씨렌즈는 평판조회를 할 때 후보자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넘어서 그 강점이 어떤 환경에서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지, 나아가 조직에 안착하려면 어떤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지 까지 짚으려고 노력한다. 기업이 과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Right Person'을 확보하려면 평판조회를 통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