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달러 환율 하락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2026년 하반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 |
[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수출이 90%를 훌쩍 넘는 국내 IT부품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높을 때 비싸게 원재료를 들여왔지만, 제품은 더 낮은 가격에 수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어서다.
국내 부품사들은 해외 생산·조달을 늘려 통화가치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해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1일 한때 1380.5원까지 떨어지며 2025년 9월 말 이후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가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할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달러 공급 우위 국면이 당분간 지속돼,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화 강세는 국내 수출 기업의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IT 부품사들은 환율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2026년 상반기 기준 LG디스플레이는 해외 매출 비중이 94.7%, 삼성전기는 95.6%, LG이노텍은 96.2%에 달했다.
게다가 국내 부품사들은 대부분 핵심 공정을 국내에서 진행한 뒤, 해외 고객사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화로 발생하는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은 그대로인데, 외화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LG이노텍은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해외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제품의 90%(매출 기준) 이상은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2025년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을 완료하면서 핵심 패널 생산을 구미와 파주 등 국내에서 하고 있다.
같은 수출 기업이지만 해외 생산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현대자동차와는 다른 구조다.
| ▲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수익 변동 폭이 국내 수출 기업 가운데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 |
하반기는 국내 IT 부품사의 주요 고객사(애플)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성수기로 꼽히지만, 수익성 개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2025년 하반기 기준 LG이노텍의 순이익은 571억2천만 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는 환율이 5% 떨어지면, 세전 손익이 약 303억9300만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2025년 하반기 순이익이 각각 2643억 원, 4522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국내 부품사들은 해외 생산·조달을 늘려 통화가치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모두 베트남에서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베트남 박닌성에 OLED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환율 하락 충격을 흡수하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 가운데 고부가 제품인 OLED 비중이 2020년 32% 수준에서 2025년 61%로 확대됐다. LG이노텍도 FC-BGA, 고주파 시스템 인 패키지(RF-SiP) 등 수익성이 높은 기판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LG이노텍은 회로기판 사업 매출 비중이 현재 8% 수준에 그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며 "2024년 11%였던 회로기판 부문 영업이익 기여도는 2025년 19%, 2026년 21%, 2027년 3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