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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상속세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고윤기 info@kohwoo.com 2026-08-19 08: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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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상속세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 상속에서 필요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사진은 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상속을 상담하다 보면 자산가와 부자가 다른 말이라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장부상 수십억을 가진 사람이 세금 낼 돈이 없어 집을 급매로 내놓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상속세는 현금으로 내는 것이 원칙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남은 가족의 삶을 바꾼다.

변호사는 본디 사망이라는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움직이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망 전부터 상속을 설계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보험회사와 함께 진행하는 건도 생겼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만 아래 세액은 구체적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개략적 수치임을 감안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 남편이 남긴 것은 집 한 채였다

개원 10년 차 치과의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47세였다. 장례를 치른 부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남편이 남긴 것은 시세 40억 아파트 한 채라고 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부인이 궁금한 것은 상속세의 액수다. 배우자 공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세액이 달라진다. 대략 5억 5천만 원 정도로 예측됐다. 금액을 말하자 부인이 물었다. “그 돈을 어디서 구하죠?”

남편은 외벌이였다. 수입은 전부 치과에서 나왔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흔한 구조다. 문제는 그 병원이 상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면허가 있어야 여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장비와 인테리어에 수억을 들였어도 원장이 사라진 병원의 값은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리스 장비의 잔여 채무와 임대차 계약은 그대로 남는다. 전문직 가정에서 가장 큰 자산은 본인의 소득 능력인데, 그것은 사망과 동시에 0이 된다. 그리고 0이 된 자산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세금은 남은 아파트에만 붙는다.

◆ 소득이 없으면 담보도 소용없다

아파트를 담보로 빌려서 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 지점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등장한다.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다. 쉽게 말하면 담보가 있어도 소득이 없으면 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고 만든 장치가 소득이 끊긴 유족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한다.

기존 담보대출은 사정이 조금 낫다. 주채무자가 사망해 상속인 기준 DTI가 초과하더라도 은행이 곧바로 회수하지는 않는다. 만기가 연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금을 내기 위한 신규 대출은 다른 문제다. 결국 집을 판다. 급매는 시세보다 3억, 4억 싸게 나간다. 평생 몸을 갈아 넣어 모은 자산이 그렇게 증발한다.

대출이 사업자 대출이었다면 더 나쁘다. 사업자 대출에는 DTI 문제가 없다. 대신 사업자가 사망하면 상환 사유가 된다. 더 이상 ‘사업의 계속’이 없기 때문이다. 상환을 미루려면 상속인 명의의 가계대출로 갈아타야 하고, 그 순간 다시 DTI에 걸린다.

나눠 내는 길도 있다. 연부연납이다. 다만 담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자 성격의 가산금이 붙는다. 이미 대출이 잡힌 아파트라면 담보 여력부터 넉넉하지 않다. 세금을 줄이는 제도가 아니라 시점을 미루는 제도다. 소득이 끊긴 가정이라면 미룬 세금을 몇 년 뒤 무슨 돈으로 낼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여전히 필요하다.

◆ 필자는 종신보험을 싫어했다

여기서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필자는 오랫동안 종신보험을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45세가 사망보험금 10억 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월 보험료는 대략 300만 원이다. 20년이면 7억2천만 원을 넣는다. 7억2천만 원을 넣고 10억을 받는 상품이다. 수익률로 따지면 형편없다.

사업비 비중은 크고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도 건지지 못한다. 저축인 줄 알고 가입했다가 몇 년 뒤 해지환급금 명세를 보고 얼굴이 굳는 사람들을 실무에서 여러 번 봤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았다.

생각을 바꾼 것은 논리가 아니라 반복이었다. 같은 장면을 계속 봤다. 자산은 수십억인데 세금 낼 현금이 없어 급매로 집을 내놓는 배우자, 소득이 없어 대출이 막힌 유족, 분할 협의가 끝나지 않아 아무것도 처분하지 못하는 채로 상속세 신고 기한을 맞는 형제들이다. 그 자리에서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필자는 보험을 투자상품의 자리에 놓고 평가하고 있었다. 수익률로 보면 종신보험은 여전히 나쁜 상품이다. 그러나 유동성 장치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확히 그 사람이 사망한 그 시점에, 분할 협의를 기다리지 않고, 담보나 소득 심사 없이, 현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사실상 이것뿐이다.

상속에서 필요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사례는 사실 최근 몇 년 집값이 크게 오르며 생긴 문제다. 그 아파트가 15억이던 시절에 사망했다면 배우자 공제만으로 세금은 거의 없었다. 집값이 올라 세금을 낸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다. 다만 시대가 바뀌었으면 대응도 바뀌어야 한다.

앞의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3년 뒤에 사망했다고 하자. 1억 800만 원을 내고 10억을 받는다. 물론 보험금도 공짜는 아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으면 상속세법상 '간주상속재산'이 된다.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한 장치다. 앞의 사례에 보험금 10억을 얹으면 상속재산은 50억이 되고, 공제액도 함께 늘지만, 과세표준이 커져 세액도 증가한다. 그러나 핵심은 세금이 아니라 현금이다. 보험은 세금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다. 세금을 낼 수 있게 하는 도구다. 이 차이를 혼동하면 설계가 어긋난다.

40억 아파트를 배우자와 자녀 둘이 상속받고 배우자가 법정상속분(약 17억) 을 취하면 배우자 공제 17억이 적용된다. 일괄공제 5억을 더하면 공제액은 22억이다. 과세표준은 18억, 세율 40%를 적용하면 세액은 약 5억 5천만 원이다. 여기에 보험금 10억 원이 있다면, 그에 대한 상속세로 1억~2억을 더 내더라도 8억의 현금이 남는다. 상속세를 내고도 대략 2억 5천만 원이 남는 셈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거주지인 아파트를 팔지 않아도 된다. 

◆ 보험도 시기가 있다

보험이 만능은 아니다. 건강이 나쁘면 가입이 거절된다. 고혈압, 당뇨, 간 수치 이상이 있으면 보험료가 10~20% 오를 수 있다. 40대 중반 이후의 전문직 상당수는 이미 적신호가 켜져 있다. 건강할 때 가입하지 않으면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계약 구조도 중요하다. 계약자를 배우자로 하면 보험금이 상속재산에서 빠질 수 있다. 다만 국세청은 보험료의 납입 재원을 따진다. 남편 돈으로 부인 명의 계약을 하면 사망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과세한다. 납입 내역은 전부 추적된다고 보면 된다.

수익자 지정도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이라고만 적어둔 계약이 많다. 세금 낼 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돈은 실제로 세금을 낼 사람에게 가야 한다. 세금은 배우자가 내는데 보험금은 자녀들에게 흩어진다면 애초의 설계는 무너진다.

한 가지 더 있다. 사망보험금은 수익자의 권리다. 상속을 포기해도 받는다. 빚이 많은 피상속인이라면 상속은 포기하고 보험금만 취하는 전략이 가능한 이유다. 이 성질은 다툼이 있는 집안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상속재산은 분할 협의가 끝나야 처분할 수 있는데, 형제간에 다툼이 붙으면 그 기간은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도 상속세 신고 기한은 다가온다. 보험금은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도 지급된다. 이것이 분쟁 중에 세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돈인 경우가 적지 않다.

◆ 대비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시기마다 달라진다.

사고는 결국 확률의 문제다. 통계적으로 중대한 재해나 질병을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낮고, 그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더 낮다. 그러나 확률은 통계의 언어이지 한 가정의 언어가 아니다. 그 일이 내 가족에게 일어나는 순간 확률은 사라지고 100%의 책임만 남는다.

필자는 지금도 종신보험이 좋은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수익률을 묻는다면 여전히 고개를 젓는다. 다만 보험이든 다른 무엇이든, 내 가족을 위해 미리 재원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 방법은 내가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 지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보험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길이 더 맞다면 그쪽으로 가면 된다.

당신은 가족의 유일한 소득원인가. 집값이 많이 올랐는가. 현금 자산이 부동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이 중 둘 이상에 해당한다면, 오늘 계산기를 두드려볼 이유는 충분하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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