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에 따른 일시적 수익성 호전 효과가 소멸하면서 2026년 하반기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법인을 통해 에탄크래커(ECC)를 중심으로 기초소재 부문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에탄크래커(ECC)를 중심으로 기초소재 부문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LC USA)은 저가 원재료인 에탄 투입과 글로벌 공급 차질에 따른 제품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제조원가 차이) 확대가 맞물리며 2분기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LC USA는 2026년 2분기 매출 2575억 원, 영업이익 74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66.5% 늘었으며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LC USA의 호실적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6864억 원, 영업이익 1101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매출은 39.2% 늘었고 영업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LC USA가 약 67.9%를 차지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한 셈이다.
LC USA는 ECC 기반으로 생산한 에틸렌을 모노에틸렌글리콜(MEG)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MEG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LC USA MEG 판매에서 유럽 비중이 약 30%에 이른다. 그런 만큼 유럽의 중동산 MEG 수입 차질이 실적 개선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2월 적자를 기록했던 LC USA는 이란 전쟁이 발생한 뒤 3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에는 MEG 스프레드가 1분기와 비교해 1톤당 100달러 이상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격이 상승한 나프타와 달리 에탄은 미국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LC USA는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원가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
다만 LC USA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분야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긍정적 래깅 효과도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래깅 효과는 전쟁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쟁 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입한 원재료를 투입하면서 수익성이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5~6월 톤당 300~4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던 NCC 마진도 최근에는 다시 20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전방 고객사들이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 우려로 이미 재고 비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만큼 2분기 롯데케미칼 실적을 끌어올렸던 재고 비축 수요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 NCC에 투입되는 원료에 액화석유가스(LPG) 비중을 높여 원료비를 절감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LPG는 주 원료인 나프타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 ▲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 NCC에 투입되는 원료에서 액화석유가스(LPG) 비중을 37%까지 높여 원료비를 절감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의 모습. <롯데케미칼> |
이영준 사장으로서는 NCC 수익성이 다시 압박받는 상황에서 견조한 스프레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법인의 역할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LC USA에서 운영하는 ECC는 현재 10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ECC 스프레드는 2분기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7월까지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LC USA 3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법인을 기반으로 한 이 사장의 기초화학제품 수익성 방어 전략은 국내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과 롯데케미칼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앞서 이 사장은 올해 4월 열린 ‘CEO 인베스터미팅’에서 “기초화학은 선제적 사업 재편을 통한 합리화로 경쟁력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확보한 투자 여력은 기초화학보다는 고부가·고성장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대산지역 NCC 설비는 6월 분할된 뒤 9월 현대케미칼과 통합법인 출범이 예정돼 있다. 대산지역 NCC 사업재편으로 롯데케미칼 차입금 1조6천억 원이 신설 법인으로 이관된다.
여수지역 설비도 정부로부터 사업재편 승인을 획득하고 여천NCC와의 통합 운영 체계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로서는 여수지역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추가적 차입금 이관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구축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