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7-30 16: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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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 뒤 30일 장중 5% 넘게 반등했지만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채 다시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의 극단적 변동성을 두고 시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주범'으로 평가한다. 정부도 레버리지 상품의 개인별 투자한도를 상향하고 새롭게 높은 거래비용을 부과 등 두 번째 보완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에 금융당국의 '뒷북 대응'조차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3% 내린 5576.62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5976.82까지 오르며 전날 종가보다 5% 넘게 반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52주 최고치인 9385.59와 비교하면 약 40.6% 낮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주식 시장성 변동성과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전날인 29일 저녁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해 총량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개인의 전체 금융투자상품 투자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비중을 제한하고, 과도한 거래에는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장 급변 때 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는 28일 10.84% 하락한 데 이어 29일에도 5.98% 떨어졌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사상 처음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9일까지 코스피의 7월 하락률은 33%를 넘어섰다.
전날 나온 조치는 정부가 7월16일 내놓은 1차 대책에 이은 두 번째 보완조치다.
정부는 1차 대책으로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과 광고를 잠정 중단하고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천만 원에서 현금 3천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당초 8월 중 순차 시행할 예정이었던 예탁금 상향과 대용증권 제외 조치는 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7월31일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1차 대책 이후에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매수는 이어졌다.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0% 안팎으로 급락한 28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을 합쳐 7315억 원 어치 순매수했다. 29일에는 KODEX와 TIGER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대표상품 4종에서 모두 3610억 원을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14종과 인버스 2종을 합한 16개 상품의 29일 거래대금은 전날 8조2천억 원에서 15조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의 1차 규제 신호에도 ‘주가 반등에 2배로 베팅’하는 수요가 오히려 거세진 셈이다.
해외 금융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증시 급락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지는 않지만 낙폭을 키운 직접적 증폭 요인으로 지목했다.
피터 김 KB증권 글로벌투자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국내외에 상장된 한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포지션 정리가 매도세를 부추겨 기업의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하락 속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피에르 후브레흐츠 이글스자산운용 투자책임자도 국내 레버리지 상품과 특정 종목에 집중된 투자 포지션, 해외에 상장된 2배 상품이 결합해 기술적 매도세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투자’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모하메드 아파바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고점보다 약 335억 달러 줄어든 가운데 하락 과정에서도 약 62억 달러의 신규 설정이 이뤄진 점을 고려해 개인투자자 손실을 약 387억 달러, 한화 약 56조3천억 원으로 추정했다.
▲ 29일 국회 정문 부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 급락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에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28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현지에 취재진과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인한 국내 증시 변동성 문제와 관련해 “레버리지 ETF로 이런(변동성)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고,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 그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꼭 그렇지는 않다”며 “변동의 중심부에서 10 정도의 변화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선 20∼30 정도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 시장의 특성 때문에 증폭되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 변동성이 큰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특성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듯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야당은 정부를 향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이틀 연속 주가 폭락으로 피눈물을 흘리는데 책임 있는 고위당국자가 이렇게 옹색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는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근본적인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김용범 정책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경제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직격했다.
국회 앞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폐지와 투자자 보호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근조화환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추가 대책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