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7-07 15: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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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생활건강이 인력 운용에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채용은 줄어드는 반면 이직 규모는 늘어나고 있는데 실적 부진과 뷰티 사업 재정비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강화되고 있지만 개선된 근로환경이 뷰티 사업 회복에 필요한 인력 확보와 조직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G생활건강이 근로환경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력채용은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 < LG생활건강 >
7일 LG생활건강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업 내 근로환경 개선 노력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인권영향평가에서 2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인권 리스크를 점검하고 개선 조치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 준수율과 임산부 단축 근로시간 준수율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100%를 유지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과 괴롭힘 예방 교육 실시 비율도 3년 연속 100%를 기록했다. 성희롱·괴롭힘 고충 처리 건수는 2023년 9건, 2024년 8건, 2025년 7건으로 줄었다.
정신건강 지원과 일·가정 양립 제도 활용도 확대됐다. 심리 상담 수혜 인원은 2023년 246건에서 2025년 449건으로 늘었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같은 기간 58명에서 12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자발적 이직률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근로환경 악화로 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는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의 자발적 이직률은 2022년 2.5%, 2023년 2.5%, 2024년 2.4%, 2025년 2.6%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자발적 이직자 수도 2022년 179명, 2023년 172명, 2024년 163명, 2025년 166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회사 차원의 인력 운용 지표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LG생활건강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3년 231명, 2024년 222명, 2025년 142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총 이직자 수는 2023년 365명, 2024년 358명에서 2025년 652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발적 이직자 수가 안정적인데도 전체 이직자 수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희망퇴직과 조직 효율화 등 회사 차원의 인력 재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력 운용의 배경에는 핵심 사업부인 화장품 부문의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766억 원, 영업이익 107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24.3% 줄었다.
핵심 사업인 화장품 부문의 감소폭은 더 컸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은 1분기 매출 7711억 원, 영업이익 386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보다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3.2% 줄었다.
2025년에도 화장품 부문은 전체 실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3555억 원, 영업이익 1707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62.8% 줄었다. 특히 화장품 부문에서는 매출 2조3500억 원, 영업손실 976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6.5%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 LG생활건강이 대표 브랜드 '더후'의 부진이 이어지며 화장품 사업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2025년 10월27일 더후 글로벌 홍보대사인 니키힐튼이 경주에서 열리는 '더후 아트 헤리티지 라운지'를 방문한 모습. < LG생활건강 >
LG생활건강은 부진한 실적 흐름 속에서 감원을 통한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감원은 2023년부터 반복되고 있다. 2023년 6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2024년 11월에는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25년 10월에는 뷰티 사업부 일부 직군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온라인 사업은 확대되는 반면 오프라인 부문은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 통폐합과 매출 감소에 대응해 경영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는 뷰티 사업의 판매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중국, 면세,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화장품 사업을 키워왔지만 최근에는 면세 물량을 조절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문제는 줄어드는 채널과 새로 키워야 할 채널에 필요한 인력 역량이 다르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로 판매 인력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디지털 커머스, 헬스앤뷰티(H&B), 북미·일본 등 성장 채널을 키우려면 기존과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LG생활건강도 올해 실적 반등 방향으로 디지털 마케팅 전략 고도화와 고성장 채널·지역 중심의 브랜드 육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인력 재편의 초점도 단순 감원에만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글로벌 영업, 디지털 마케팅, 연구개발, 채널 대응 역량을 얼마나 보강하느냐가 화장품 사업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효율화는 단기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LG생활건강의 2025년 판매관리비는 2조9700억 원으로 4.1% 줄었고 매출원가는 3조2100억 원으로 1.2%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이 6.7% 줄면서 비용 절감만으로 실적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근로환경 개선 지표와 인력 운용 지표 사이의 온도차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규 채용이 줄고 전체 이직자 수가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개선된 근로환경이 실제 사업 회복 동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북미 등 해외 시장 이커머스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주도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츠, 데이터 사이언스 등 인공지능 전환(AX), 디지털 전환(DX) 분야 전문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