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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⑤]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개방에서 나왔다"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 2026-06-1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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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을 꼽으라면 단연 ‘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 자금이 이자장사에 그치기 쉬운 부동산 등 담보대출에 머물지 않고 첨단전략산업, 벤처창업시장, 녹색금융, 지방금융 등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금융대전환을 말한다. 싱가포르는 아세안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선진국으로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국가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싱가포르의 금융이 발휘하고 있는 경쟁력을 직접 느껴보고 K생산적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접 모색해보고자 한다.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①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의 힘, 생산적 금융 생태계의 길을 보다
② 이자장사 넘어 기업금융으로, 국내 은행들 싱가포르서 '글로벌 IB 영토확장' 기틀 다진다
③ 국내 금투사 싱가포르 이유있는 집결, "대체투자 강국에서 기회 찾는다"
④ [인터뷰] ‘생산적 금융’ 저자 김용기 “부동산 담보에 갇힌 한국 금융, 싱가포르처럼 '성장 사다리' 만들어야”
⑤ [인터뷰]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과감한 개방에서 나왔다”

 
[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⑤]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개방에서 나왔다"
▲ 김종호 서강대학교 교수가 5월 말 서강대학교 연구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싱가포르는 천연 자원이 없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내수시장이 사실상 없어요.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혁신과 역동성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국가가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싱가포르 출장을 앞둔 5월 말, 서강대학교 교수실에서 만난 김종호 서강대학교 교수는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생존을 위한 개방'을 꼽았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싱가포르 전문가로 평가된다.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동남아시아 화교 송금과 화교 기업가의 대응을 주제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에도 동남아시아 화교·화인 공동체 형성 등을 연구했다. 2018년부터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4년부터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런 김 교수에게 싱가포르 금융산업 경쟁력의 비결을 묻자 ‘국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싱가포르는 서울의 약 1.2배 면적에 불과한 도시국가다. 지난해 기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합한 거주 인구도 420만 명대에 그친다. 

김 교수는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금융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신속한 정책 결정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 금융산업은 뿌리를 영국 식민지 시절 중개무역에 두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데다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교역의 요충지다. 중개무역이 발달하면서 국가 간 결제와 자금 이동을 담당하는 금융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김 교수는 "1800년대 중반부터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들이 진출했고 20세기 초반 현재 싱가포르 3대 은행인 OCBC(Oversea-Chinese Banking Corporation)와 UOB(United Overseas Bank)의 전신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은 1965년 싱가포르의 독립 이후 더욱 중요한 국가 전략산업이 됐다. 

김 교수는 "독립 당시 싱가포르 경제는 무역, 금융, 영국군 주둔 효과라는 세 축으로 움직였다"며 "영국군 철수의 공백을 제조업으로 메우려 했는데 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금융 인프라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⑤]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개방에서 나왔다"
▲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로 금융산업이 성장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사진은 마리나베이샌즈 스카이파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해협.<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는 1968년 아시아달러시장을 만들어 역외 금융 중심지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과 동남아시아 경제 성장에 힘입어 홍콩과 함께 아시아 대표 역외 금융허브로 성장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금융 개방에 더욱 속도를 냈다.

싱가포르는 1999년 금융부문 자유화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계 은행 진입 규제를 완화했다. 동시에 외국계 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국 은행의 대형화도 추진했다. 

싱가포르 3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Development Bank of Singapore) 싱가포르화교은행(OCBC) 싱가포르대화은행(UOB) 체제도 이 과정에서 자리 잡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자산운용업이 크게 성장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를 “자산가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결국 세금인데 싱가포르는 세금이 극단적으로 낮은 나라”라며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이자 수익이나 자산 운용 수익에 대해 면세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와 상속세·증여세·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파격적 세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은 금융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세금 부담이 크고 동남아시아 국가는 금융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며 ”중국 자산가들은 자국 정부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싱가포르를 안정적 자산 운용처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액 자산가들은 물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자산가 자금까지 싱가포르 금융시장으로 몰렸다. 

정치적 안정성도 싱가포르 금융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인민행동당(PAP)이 장기간 집권하며 정책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 

이 같은 특징은 금융기관 체계에도 반영돼 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통화청(MAS)이 통화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한국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나눠 맡는 역할을 싱가포르에서는 통화청이 상당 부분 함께 맡는다.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정책 결정과 집행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는 금융적 펀더멘털은 탄탄하지만 내수 기반이 약한 만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며 “위기 상황에 국가가 톱다운(TOP-DOWN) 형식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당 우위 체제는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관료제의 유능성을 입증했고 국민들도 이를 ‘사회적 약속’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정부 주도 성장 모델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테마섹은 정부가 소유한 투자회사지만 독립적이고 상업적 원칙에 따라 운용돼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두고, 투자 수익의 최대 50%를 자국 인프라에 투자한다. 

김 교수는 "리셴룽 전 총리의 부인인 호칭(Ho Ching)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테마섹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지배구조 논란이 있었지만 운용 성과가 국가 인프라와 공공부문으로 다시 돌아가니까 국민들이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국가경제 시스템은 싱가포르가 작은 도시국가의 한계를 넘어 세계 최상위권 소득 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도 기존 성장 모델의 변화 기로에 서 있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젊은 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풍요로운 싱가포르만 알고 자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성장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2024년 취임한 로런스 웡 총리는 ‘포워드 싱가포르(Forward Singapore)’를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⑤]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개방에서 나왔다"
▲ 싱가포르는 2024년 로런스 웡 총리 취임 이후 '포워드 싱가포르'를 국정 기조로 앞세우고 자국 혁신 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대표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전경. 왼쪽은 마리나베이샌즈, 오른쪽은 대형 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싱가포르관광청> 

김 교수는 “과거 싱가포르가 성장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면 최근에는 포용과 균형, 계층 이동성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며 "총선에서 집권당인 인민행동당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었는데 로런스 웡 총리 체제에서는 소폭 반등했다"고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가 자국 기술기업 육성에 힘을 싣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는 혁신 산업은 다국적 기업에 맡기는 경향이 강했는데 혁신 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되는 시대가 되면서 자국 인재들이 창업한 기술기업을 키우는 데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혁신 기업 육성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하며 커지는 과정에서 직접 일자리를 늘릴 뿐 아니라 연관 산업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파급효과를 낸다.

그는 “국제사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싱가포르도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인공지능(AI)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혁신 기업 육성은 경제적 과제이자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해 금융산업을 개방했던 싱가포르는 이제 자국 기반의 생존을 위해 혁신을 추진하고 있었다.

금융 선진국으로 평가됨에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 이는 한국의 생산적 금융이 싱가포르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으로 다가왔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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