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를 이유로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247억 원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제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고치이지만, 3700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쿠팡의 연간 매출과 피해 범위를 고려할 때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인정보위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맞춤형 광고 목적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건을 병합해 최종 과징금을 산정한 것을 두고, 산정 방식과 제재 절차가 적절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 집단소송법제정연대는 11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위에 쿠팡 과징금 감면 사유와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인정보 유출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를 이유로 쿠팡에 과징금 6246억81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 4235억7500만 원과 과태료 1680만 원을 부과했다.
또 맞춤형 광고 과정에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법적 근거 없이 수집·이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2011억600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 계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를 무단 처리한 행위와 관련해선 과징금 2억4800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와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1조 원대 과징금을 운운했지만, 무려 7개월간 숙고한 결과는 법상 상한인 3%의 절반 수준인 6246억 원”이라며 “역대 최대 수준의 과징금이라고 하지만 쿠팡의 연매출이 45조 원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를 보면 약 3750만 명으로 개인정보 유출 규모도 늘었을 뿐 아니라, 추가로 1117만 명의 온라인 활동 기록과 납치 광고를 통해 서비스 이용기록을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런 기업에 도대체 어떤 과징금 감면 사유가 있길래, 관련법 상 과징금 최대치인 매출 3%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건에 대한 제재를 같은 날 심의·의결한 것을 두고, 사실상 두 사건을 '패키지'로 처리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과징금 규모는 낮추는 대신 전체 과징금 규모는 더 커 보이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0일 오전 전체 회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오후 회의에서는 맞춤형 광고 목적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건을 각각 심의한 뒤 이를 병합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이 조사 단계에서는 별도로 진행됐음에도 최종 제재 의결이 같은 날 이뤄진 것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정보위가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사건 별로 조사와 심의를 분리해 진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과 정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만큼, 개인정보위가 통상마찰 등 대외적 파장과 국내 여론을 함께 고려해 전체 과징금 규모를 두 사건에 나눠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 ▲ 소비자·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 집단소송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위에 쿠팡 과징금 감면 사유와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 측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쿠팡의 법적 근거 없는 타사 온라인 활동기록 수집·저장 사실을 확인해 추가 조사에 착수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개인정보 침해 사건의 사실관계와 위법성, 처분 사유는 각각 독립적으로 심사·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사건의 조사가 비슷한 시기에 마무리되면서 효율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처분 절차를 함께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경희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 “피심인(쿠팡)이 같은 회사이고, 조사가 유사한 시기에 마무리됐기 때문에 같이 (제재)하게 된 것”이라며 두 건을 동시에 의결해 과징금 규모를 키웠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과징금이 당초 예상보다 적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보통은 최대 과징금이 매출액 전체의 3%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 가중·감경 요소를 다 고려해서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나오게 설계돼 있지는 않다”며 “가장 많이 부과했던 사례들도 그렇게 높진 않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이번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얼마나 사건이 중대하냐, 또 피해 규모라든가 이런 것들을 매우 숙고하고 토론을 거쳐서 의결했다"며 "책임에 상응하는 처분을 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한편 쿠팡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위원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