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6-07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그동안 상승 국면에서 소외됐던 은행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최근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규모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코스피가 미국발 반도체 쇼크로 흔들리는 가운데 은행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방어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5일 장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5일 정규 장 종가 기준 신한지주 주가가 일주일 전인 5월29일과 비교해 14.85%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과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13.94%와 7.38% 상승했고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5.05%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72%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가 5% 넘게 내린 5일 4대 금융지주 주가는 더욱 크게 오르며 방어주로서 매력을 보였다.
5일 신한지주 주가가 7.39%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KB금융지주(4.51%), 우리금융지주(2.63%), 하나금융지주(2.49%)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강세에 힘입어 KB금융은 장중 17만57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신한금융지주도 장중 10만9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은행주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글로벌 기술주 조정에 따른 수급 이동을 꼽고 있다.
3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 주가가 급락한 데다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BNP파리바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까지 겹치면서 미국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반도체업황 정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내 증시 역시 기술주 중심의 투자심리가 약화하면서 일부 자금이 은행주 등 가치주와 방어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순환매가 아니라 은행주의 저평가 해소 과정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주가 단단한 실적과 안정적 자본비율,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탕으로 양호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증시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올해 1월22일 5천 선을 돌파한 이후 직전 거래일인 5일까지 64.78% 상승하는 동안 대표 은행 종목들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19.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에 대한 홍콩 ELS 과징금을 1조4천억 원대에서 6천억 원 수준으로 감경했다.
금감원은 애초 약 4조 원 규모의 과징금을 검토했으나 사전통보 단계에서 약 2조 원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후 제재심 과정에서 1조4천억 원대로 낮춘 데 이어 이번 재심의를 거치며 규모를 더욱 축소한 것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리포트에서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수준이 6천억 원 안팎으로 결정될 경우 은행에 따라 이미 적립한 충당부채를 환입할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 해소는 이익 안정성과 주주환원 여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은행주 주가 재평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규모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은행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권은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나타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놓고도 위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7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뛰면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보통주자본(CET1)비율에 일시적 압박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환율 부담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은행들은 2022년 고환율 국면을 경험한 이후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현재 환율 상승은 은행권이 우려할 정도의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대외 불확실성 확대 국면에서 방어주로서 매력이 부각되는 은행주를 주목하고 있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5일 리포트에서 “최근 주도주 중심의 쏠림 현상과 단기간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 이란 전쟁 종식 지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방어주로서 은행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