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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개정 상법의 시대, 제약바이오 경영진의 '친절한 소통' 선택 아닌 필수다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6-04-01 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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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주주총회 현장은 예년과 확연히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

과거 일부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질문을 무의미한 ‘소음’ 정도로 치부하며 냉대했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영진의 답변은 구체적이었고 태도는 신중했다.
 
[기자의눈] 개정 상법의 시대, 제약바이오 경영진의 '친절한 소통' 선택 아닌 필수다
▲ 30일 경기도 분당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오스코텍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회사를 향해 질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소액주주들이 경영의 실질적 주체로 부상한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뿌리를 내리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 3차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른바 ‘깜깜이 경영’은 사실상 종언을 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연구개발(R&D)이라는 성역’ 뒤에 숨어 주주들의 무조건적인 인내를 당연시해왔다. 긴 호흡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당장의 배당보다는 재투자가 우선이라는 논리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통용됐다. 

여기에 신약 개발이라는 방패 아래 기술 개발 단계나 임상 데이터의 보안성을 앞세워 정보의 비대칭성을 정당화하며 소액주주들에게 막연한 '믿음'만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과거에는 "잘 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거나 주총 진행 도중 실시간으로 공시를 올려 목표를 구체화하며 주주를 설득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자본시장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바뀐 덕분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 주주들은 "기다려 달라"는 모호한 호소 대신 왜 주주환원보다 재투자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한지 법정에서 증명하듯 소상히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유명한 제약바이오 업계 오너들로서는 주주들과의 소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회사 창립자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신의 지분율 꾸준히 내다 판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했던 한미사이언스의 주총 풍경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소액주주들은 사업적 본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경영진은 헬스케어 부문 집중과 비만치료제 중심의 R&D 전략을 구체적으로 역설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단순히 자리를 모면하려는 수사가 아니라 4월 말 예정된 IR 데이를 예고하며 중장기 목표 이행 의지를 피력한 점은 경영진의 ‘설명 책임’이 구체적인 실천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소액주주 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한 오스코텍의 사례 역시 이제 소통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소액주주 연대는 앞서 창업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부결시키며 회사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하지만 꾸준한 대화와 절충으로 풀어낸 이 장면은 변화된 상법 체제 아래 경영진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러한 흐름은 제도적 장치와 맞물려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9월 집중투표제가 본격 시행되면 소액주주의 이사회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의 방패로 삼던 과거의 편법도 이제는 불가능하다.

물론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R&D 중심 기업이 단기 성과를 앞세운 주주들의 압박에 밀려 미래 성장동력을 스스로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총장에서 만난 주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개인의 수익 실현에 그치지 않았다. 주가 하락의 고통 속에서도 기업이 성장해 그 결실이 주주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절실함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결국 갈등의 본질은 ‘방향의 차이’라기보다, 경영진이 그 방향을 주주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설명의 빈곤’에 있다.

상법 개정 이후 주총은 더 많은 사공이 배에 오르는 구조로 바뀌었다. 사공이 많아진 배를 산이 아닌 목적지로 이끄는 선장의 역량은 이제 노련한 항해술뿐 아니라 선원들을 납득시키는 소통 능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이제 R&D 성과라는 결과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투자 철학과 자본 운용의 투명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 즉 ‘설명 책임’을 다하느냐가 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시대가 왔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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